[고영림의 현장시선] 누구를 위한 제주국제관악제인가

[고영림의 현장시선] 누구를 위한 제주국제관악제인가
  • 입력 : 2024. 03.25(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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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주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를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갖게 된 생각을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고봉식 선생이 뿌린 씨앗이 제주국제관악제(이하 관악제)라는 큰 나무로 자란 것은 제주 관악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며칠 전 올해의 봄 시즌을 마무리하는 무대로 외국 관악인들의 축하공연, 제주국제관악작곡콩쿠르 시상식, 수상작 연주회가 열렸다. 수상작들의 곡목을 보니 제주 또는 탐라가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제주 전통 민요의 선율을 제시하여 젊은 작곡자들을 대상으로 국제 공모한 것이다.

주최 측의 노력을 모르지 않지만 늘 느끼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도민 관객이 많지 않았다. 관악제에 관심을 두고 아끼는 입장이라 일반 관객이 찾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관악제를 키워온 분에게 여러 차례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관악제는 1995년에 시작되어 올해 29회를 맞이한다. 강산이 세 번 바뀌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 관악제의 체계가 갖춰지고 운영하는 세대도 교체되고 콩쿠르도 열리고 있다. 적지 않은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대중적 확장성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관악제의 더 나은 성장을 위해서 몇 가지 제언한다. 첫째, 20세기에 작곡된 관악곡들과 현대 창작곡들을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관객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연주자들이 공연 후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주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셋째, 광복절에 폐막 공연을 한다는 이유로 매해 마지막 곡으로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을 연주하는데 이제는 폐막 공연의 마지막 곡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 넷째, 폐막식에서 관청 사람들의 축사보다는 예술감독의 성과 보고를 듣고 싶다. 해마다 관악제가 이룬 성과가 궁금하지만 들어본 기억이 없다. 다섯째, 제주 출신 음악가들을 더 발굴하고 초청하여 도민의 자부심을 고양해 주기 바란다. 여섯째, 관악제에서 성장한 제주의 청년들이 기획자가 되어 제주를 대표하는 음악 축제를 이끌어가는 실무자로 활동하게 해달라.

관악제가 30년 역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주최하는 이들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관악인을 위한 축제가 아닌 관악인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위한 축제로 거듭나려면 과거의 시간을 분석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 지역을 대표하는 국제축제가 지역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외국인 관객까지 찾아오는 날을 꿈꾸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다. 타지인들이 관악제 기간에 맞춰서 제주를 방문한다면 제주 홍보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올해 8월, 관악제의 여름 시즌에는 어떤 관악팀들이 제주를 찾아올지 궁금하다. 시원한 여름 바람과 함께 음악의 향연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레퍼토리와 뜻밖의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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