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다시 4월이다. 4·3전야제를 전후로 4·3미술제, 4·3예술축전 등 4·3을 기억하려는 크고 작은 예술 행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4·3예술은 4·3을 잊으라는 억압에 맞서 투쟁하고, 희생자의 아픔을 달래며, 4·3 진상규명 운동과 함께해 왔다. 그런데 4·3예술의 중요성은 이러한 사회적 역할에만 있지 않다. 예술가들은 4·3을 알리면서도 예술성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결과 4·3예술은 4·3이라는 엄청난 무게의 역사를 다루면서도 그 무게에 짓눌려 제대로 예술성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단지 4·3을 알리는 일종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각 예술 분야마다 뛰어난 작품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4·3예술의 역사는 제주 예술의 역사이기도 하다.
4·3예술이 이처럼 사회사와 예술사 모두에 있어서 중요성을 지니지만 아직 그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거나 연구되지 않았다. 현기영의 '순이 삼촌' 외에 4·3예술 중에서 연구된 작품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작품이나 관련 자료를 필요할 때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시나 소설은 서점에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지만, 한번 공연을 올린 음악이나 연극 등의 작품은 다시 공연되기 어렵다. 영화도 다시 상영하지 않는 이상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심지어 미술의 경우에는 전시했으나 소실되어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작품도 있다. 작품을 보거나 들을 수 없는데 연구는커녕 4·3예술을 제대로 아는 것도 가능할 리 없다.
의미 있는 작품인데 사람들이 모른다고 아니면 연구가 필요하다고 이전 작품을 다시 공연, 상연, 전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공연은 촬영해서 영상으로 남기고, 영화는 CD나 파일 등을 수집하고, 미술 작품의 경우에는 주요 작품을 수집하고 상설 전시장을 만들어서 전시하면 원하는 누구나 볼 수 있다. 여기에 작품과 관련된 자료가 같이 모여있다면 4·3예술을 알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또한, 4·3예술 연구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즉 4·3예술을 알리고 연구가 활발해지기 위해서 모든 예술 장르를 포괄하는 4·3예술 기록보관소가 필요하다. 이때 기록보관소는 물리적인 장소도 중요하지만, 4·3예술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이 체계적으로 지속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4·3예술 관련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작년에 진행되었으나, 올해 예산 문제로 다음 작업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록보관소를 만들자는 의견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일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고, 성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예산도 많이 든다. 그러나 작품이 사라지고, 잊히고 있다. 따라서 기록보관소 구축이 힘든 작업이라 하더라도 뜻과 지혜와 힘을 하루빨리 모아야 한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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