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만약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먹는 것을 줄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어떤 이는 깜짝 놀라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느냐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항변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전쟁통이냐면서 울분을 터뜨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최근 뉴스에서 사과 한 개 값이 만 원이라 했을 때 드디어 식량위기가 닥쳤음을 느낀 것은 사실일 것이다.
'식량위기 대한민국/남재작'은 식량자급률이 우리나라 47%보다 더 낮은 37%인 일본의 농림수산성이 식료품 수입이 끊겨 자국 생산 식료품으로만 밥상을 차려야 하는 경우를 가정한 식단을 발표해 식량 위기의 심각성을 대변했다.
아침은 쌀밥 한 그릇과 채소절임, 낫또. 점심은 우동 한 그릇, 샐러드, 사과 한쪽. 저녁은 쌀밥 한 그릇, 채소볶음 두 접시, 구운 생선 반 토막으로 구성된 식단이다.
우리나라 밥상의 경우도 식료품 해외 의존도 80%를 차지하고 있어 일본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준엄한 식량의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농업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노령화되고 있어 홀대하다 보니 이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힘을 빌지 않고는 농업을 이어나가기가 어려운 상태에 직면해 있다.
제주도 불과 2~3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10년 동안 젊은이들이 많이 유입됐는데, 정착하지 못해 떠난 이들의 수가 2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중 만 40세 미만의 청년 농부들도 대다수 포함됐다.
푸른 꿈을 안고 제주에 와서 보타리농업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며 어렵게 농부의 길에 들어선 청년 농부 30여 명 중 29명인 95%가 농업을 포기하고 도외로 나갔다 하니 청년 농부들의 제주도 정착률이 얼마나 심각한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이 농업경영체에 있다고 말한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마쳐야 농자재와 기반 시설, 농지 구입 자금 대출 지원을 받아 농업을 시작할 수 있으나 농지 1000㎥ 이상의 땅을 임차하기가 어려워 그렇다는 말이다.
농업경영체는 농지의 소유자가 직접 농사를 짓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96년도 농지법이 개정 이전 농지만 임대 가능했다. 그러나 2022년도부터는 농어촌공사에서 만 65세 이상, 또는 질환으로 허약해진 몸으로 농업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의 농지를 매입, 수탁받아 임대차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면서 가난한 청년 농부들은 희망에 부풀었으나 나와 있는 농지가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땅은 최근 15년 사이에 값이 엄청나게 뛰어, 8년 이상 직접 경작한 농지의 양도소득세만 하더라도 1억원이 감면될뿐만 아니라 농사를 위한 여러 혜택들이 주어짐으로 해서 사실상 농지임대는 해주지 않는다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참으로 지금 사회는 새로운 세대 새로운 기술로 중무장한 젊은 농업인들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시적으로라도 청년 농부들에게 임대차 우선권을 주어 하루빨리 먹거리 기반의 안정을 꾀해야 우리나라가 산다. 나라의 미래가 있다. <고나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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