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의료소비자는 요즘 불안하다. 병원에 갈 일이 생겨도 될 수 있으면 안 가고 약으로 버텨보려고 한다. 응급 환자들이 병원을 돌다 돌아갔다는 기사를 접하며 너무 긴장되고 걱정이 되어서, 서로 이럴 때 아프면 안 된다는 얘기들을 하며 위로한다. 중증의 아픈 가족이 있는 가정은 걱정과 불안 속에서 긴 시간을 견디기가 얼마나 힘들까? 금방 해결되겠지 한 것이 제법 시간이 길어지고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는 의료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 오랜 기간 공급자 중심의 시장으로 운영되어왔고, 환자는 오진으로 피해를 봐도 전문적인 영역에 대해 알 길이 없으니 언제나 약자이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인 의료소비자의 목소리는 낼 수 없는 것인가?
의대 증원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어 달리던 평행선에서 내려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의료정책 마련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 주었으면 한다. 양쪽 모두 절박한 목소리라 하지만 내용을 보면 의료개혁의 본질은 없고 의대 증원 숫자만 가지고 공방이 진행되다 그것도 이제는 멈추고 말았으니 말이다.
어떻게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강화할 것인지 필수의료 패키지 안에 담긴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지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 자세한 내용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단계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 제시해 주었으면 좋겠다. 의료계 또한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국민의 의료비가 대폭 상승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은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료계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해결 방안이 있는지 전문가들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속 시원하게 제시하며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초고령화와 저출산이라는 우리에게 닥친 무거운 현실 앞에 해결해야 할 의료개혁의 과제들이 산더미라고 한다. 의료인력의 확충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시작일 뿐이고 필수의료의 낮은 수가와 의료전달체계의 개편, 가치기반 환자중심 일차의료 강화, 의료의 양이 아닌 질적 변화, 실손보험과 비급여의 확대 문제 등 의료비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한다. 돌봄까지 연계된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료전달체계의 개편 방향성은 국민의 관점에서 동의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러한 개혁의 과제를 위해 갈등을 멈추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풀어 주길 바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는 이미 두 차례의 성명을 통해 소비자 입장에서 위의 내용들을 제안했다.
의사선생님들은 하루빨리 환자의 곁으로 돌아오고 의과대학 교수님들도 집단행동을 멈춰주시길 간곡히 바란다. 반목과 대립을 이제는 끝내고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당사자인 의료소비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주면서 다 함께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열어 의료 불안이 조속히 해소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변순자 소비자교육중앙회 제주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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