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3유전자가 흐른다"고 발언했다는 주장이 학생의 대자보를 통해 제기됐다. 논란이 일자 학교 측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12일 해당 학교 등에 따르면 전날인 11일 오전 도내 한 고등학교 1층 복도 등 교내 2곳에 '4·3유전자란 무엇입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3학년 학생 이름으로 내건 대자보에는 "지난 4일 한 교사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3유전자가 흘러서 그래'라는 발언을 내뱉었다"며 "해당 발언이 수십 년 전 피해자들을 '폭도', '빨갱이'라 칭하던 입장과 다를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비판했다.
또 "제주도민의 3분의 1 가량이 학살당했음에도 오랫동안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존자들마저 아픔을 숨겨야 했던 제주의 역사를 교육자가 이처럼 사사로이 거론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인가"라며 "학교의 교육 목표에 걸맞게 그릇된 역사인식을 알리고 학교의 조치와 교사의 반성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고교는 즉시 교사 면담 등을 통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도교육청도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해당 학교를 찾았다.
논란이 일자 해당 고교는 같은날 학교 누리집에 입장문을 올려 "최근 수업 중 교사 발언과 관련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입장문에 따르면 문제가 제기된 발언은 지난 3월초 1학년 통합사회 수업 OT(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있었고, 대자보는 1학년 수업에서 4·3과 관련한 교사의 발언에 대해 전해들은 3학년 학생이 작성했다.
학교 측은 입장문에서 "학생들과 교사가 학기 초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이 반응하지 않자 '제주도는 옛날부터 말을 하면 잡혀가서 그 유전자가 각인된 것 같다', '4·3 유전자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라는 등의 발언을 들었다는 학생 진술이 확인됐다"며 "교사 면담과 교사 진술서를 통해 첫 수업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한 말이었음을 확인했지만,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는 방식에 있어 부적절했다고 판단된다. 해당 교사에게는 해당 사안의 엄중함을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해당 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4.3 관련 발언이 있었던 건 기억하나 DNA, 유전자, 각인 등 정확한 표현은 기억이 흐리거나 엇갈리기도 했다"며 "일부 학생은 발언을 듣고 '불편함'이나 '의아함'을 느꼈다고 진술했고, 다수는 당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이와 같은 학생들의 반응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성찰의 기회를 마련하고 4·3 평화공원 견학, 4·3 계기 교육 등 매년 교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인권·역사 감수성 교육을 모든 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더욱더 내실화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교육적 책임과 윤리 의식을 되새기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교사도 "4·3에 대해 비하하거나 문제로 지적하려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며 "제 의사와 다르게 의미가 달리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 적절하지 않게 4·3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환기하려 했는지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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