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특별전시실 입구 문자도를 새긴 투명한 천 너머로 전시된 유물들이 보인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전시장 입구엔 문자도 글자를 모티프로 제작한 투명한 천이 세로로 길게 내걸렸다. 그 너머로 옛 그림들이 어른댔다.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그림은 상상 속 동물인 봉황 한 쌍이 나무 아래 노니는 조선 후기의 '봉황도'다. 민화 속 봉황은 태평성대를 의미한다고 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읽히는 순간이다.
제주 대표 공립 박물관인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이 2026년 첫 특별전으로 마련한 '뜻을 품은 그림 민화: 제주가 빚은 마음의 글자 문자도'.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이 전시는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방문객들이 민화와 문자도를 중심으로 전통문화의 가치를 다시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에 나온 민화는 약 20점이다. 민속자연사박물관 수장고에 있던 유물 중 주제와 맞는 소장품을 선별해 공개하고 있다. 제주대박물관이 소장한 제주문자도 등도 일부 포함됐다.
'산신도', '작호도', '어해도', '화조어해도', '삼호도', '월하전진도' 등 그 시대 이름 없는 화가들이 그린 민화에는 백년해로, 다산, 학문에 대한 정진, 넉넉한 삶, 벽사 등의 염원이 실렸다. 때로는 권력에 대한 풍자가 들어 있다.

조선 후기 '제주효제문자도' 8폭 병풍 부분.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제공
8폭 병풍 문자도에는 '효제충신예의염치' 여덟 글자와 연관 있는 이야기들이 그려졌다. 문자도가 유행한 시기는 19세기라고 한다. 신분제 동요로 병풍의 소유가 양반이 되는 증거로 활용되면서 지방 무명 작가들에 의한 병풍 문자도가 확산됐다.
'제주효제문자도' 등 제주문자도는 육지의 그것과 다르게 3단 구도 양식이다. 가운데 배치한 각각의 글자는 물론이고 상·하단에 여러 도상이 보인다. 흔히 제주문자도 속 동식물을 전나무, 감나무, 구지뽕 나무, 모란꽃, 나팔꽃, 연꽃, 백일홍, 옥돔, 자리돔 등으로 설명한다. 그리곤 다른 지역 문화가 수용되는 과정에 제주 사람들의 손길을 거치며 독창성을 띠었다는 해석이 더해진다.
김은석 제주대 명예교수는 또 다른 상상력을 주문했다. 김은석 명예교수는 이번 특별전 소책자에 실린 논고 '문자도에 담아낸 주민심성'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그 동식물 아이콘이 제주 기층민 정서에서 어떤 상징성을 갖느냐는 점"이라며 제주문자도에 등장하는 동식물은 영생의 존재로, 유교식 사당은 바닷속 용궁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했다.
박찬식 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제주문자도는 조선 팔도에 널리 유행했던 문자도가 제주로 전해지면서 지역의 자연과 신앙, 그리고 제주 사람들의 정서를 만나 새롭게 변모한 사례"라며 "우리 민화가 지닌 다양성과 지역성을 함께 보여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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