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제주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제주도자살예방센터 상담실에서 홍정미 위기대응팀장이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특별취재팀
[한라일보] 14일 오후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제주도자살예방센터 상담실. 2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전화기 한 대가 놓여 있다.
전화기가 울렸다. "네,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으셔서 전화 주셨을까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제주도자살예방센터 위기대응팀 소속 상담사가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위기상황에 놓인 이의 사연이 이어졌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이곳에는 밤낮없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전화가 매일 이어진다. 간호사·사회복지사·작업치료사 등 정신건강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위기대응팀 12명이 주·야간으로 교대하며 상담실을 지킨다. 정신건강 위기부터 자살 관련 상담까지 전화 한 통에 담긴 위기신호를 포착하고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도움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다.
l 위기대응 어떻게 이뤄지나
전국적으로 통합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로 걸려온 전화는 가까운 광역·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결된다. 제주지역에서 전화를 통해 보내는 위기신호는 이 곳으로 모인다. 이 곳에는 한 해 평균 6000건 안팎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체 정신건강위기상담 가운데 자살위기상담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가까이된다. 제주자살예방센터가 문을 연 2020년 정신건강위기상담은 4371건으로, 이 중 자살위기상담은 1651건이었다. 2021년에는 각각 5870건과 2482건, 2022년에는 7313건과 3022건, 2023년에는 7265건과 3401건으로 각각 늘었다. 2024년에는 5771건과 2751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6692건과 2940건으로 증가했다.
정신건강위기상담 가운데 자살위기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년간 평균 약 43%에 이른다. 올해도 7월말 기준 전체 정신건강위기상담 4827건 중 약 40%인 1910건이 자살위기상담이었다. 상담 건수의 증감과 관계없이 수화기 너머에서는 매일 위기신호가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홍정미 제주도자살예방센터 위기대응팀장은 "힘들었을 때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거나 망설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중요한 통로 중 하나가 '상담전화'"라며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신호가 전화로 온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고 말했다.
위기대상자는 본인이나 가족의 도움 요청에서부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읍면동, 의료기관, 경찰·소방, 학교, 복지기관, 생명지킴이 등 도내 지역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 위기대상자가 발견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자살위험도와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상담과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한다.
위기 대응에서 전화는 중요한 수단이다. 위기상담전화를 두드린 이들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듣고 현재 상황과 위기 정도를 판단하는 곳이 제주자살예방센터 위기대응팀인데, 단순 상담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긴급한 현장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소방 등 관계기관과 연계해 현장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자살위기상담 이후 응급출동으로 이어진 사례는 2020년 248건, 2021년 458건, 2022년 460건, 2023년 484건, 2024년 543건, 지난해 417건, 올해 7월말 현재 254건에 달했다.
l "재시도까지 평균 55.3일"
위기대상자 가운데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정신응급' 상황에서는 센터 위기대응팀과 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제주경찰청 범죄예방질서계 소속 경찰관들과 소방대원이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대응한다. 경찰은 위험 요소를 차단해 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소방은 대상자의 신체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센터 위기대응팀은 현장에서 위기정도를 다시 판단하고 대상자를 안정시키는 개입에 나선다. 스스로 신체를 돌보기 어렵고 자살 위험도가 높아 보호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도내 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한다.
센터 위기대응팀은 실제 야간이나 주말 정신응급 합동대응 현장에서 복합적인 위기 요인이 겹쳐 작용하는 경우를 다수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을 겪은 중장년층이 자신의 처지를 주변에 알리지 못한 채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을 끊고 고립되거나, 평소 앓던 만성질환이나 신체적 통증이 겹치면서 경제활동이 어려워지고 월세나 공과금이 장기 체납되는 등 경제적 취약상황으로 이어지는 사례 등을 마주해서다. 위기대응팀은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결핍, 오랜 고립감이 쌓여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점에 다다랐을때 자살위기 행동이나 징후로 표출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정신응급 현장에서 의료기관으로 이송된 뒤에도 대응은 이어진다. 제주도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자살사망자의 30.2%는 사망 전 1년 이내 응급실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살 재시도까지 걸리는 시간도 평균 55.3일로 나타났다. 위기의 순간을 넘긴 뒤에도 다시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 번 포착한 위기신호를 놓치지 않고 다음 도움으로 이어가고, 그 연결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 이유다. 특별취재팀=박소정·양유리·강희만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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