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22)조천읍 선흘2리 김상수 이장

[이 사람이 사는 법](22)조천읍 선흘2리 김상수 이장
"세계유산마을에 긍지·자부심 느껴"
  • 입력 : 2009. 06.20(토)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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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이장'으로 불리는 김상수 선흘2리장은 한적했던 중산간 마을이 국내·외 명소로 부각돼 보람을 느낀다. /사진=강경민기자

한적했던 중산간 마을이 국내외 명소로 부각
거문오름트레킹 만전… 주민소득 연계 고민


사람들은 그를 '세계유산 이장'이라 부르는데 더욱 익숙하다. 그에게서 리더십과 열정을 떠올리기도 한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김상수 이장(50). 지난 18일 그를 만나러 다시 마을로 갔다. 하루 전 그와 인터뷰 약속을 했지만 탐방안내소 개관식에 참석한 인사들을 맞이하느라 그와의 만남을 하루 뒤로 연기한 터였다.

김 이장은 탐방안내소가 문을 열어 한바탕 잔치판을 연 뒤라 다소 지친 기색이지만 여느때 처럼 해설사 복장 차림으로 탐방객들을 맞이하고,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마당 잔디에 물을 주고 있었다. 이 때 아줌마 둘이 거문오름 세계유산지구에서 고사리를 꺾다가 발각(?)됐다. 그는 정색하며 이들을 나무랐다. '너무 심하게 나무라신 것 아니냐'고 했더니 "원칙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것이다.

선흘2리는 제주도민들에게 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산간 마을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마을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트레킹코스가 개발되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됐으며 마을에는 활력이 넘치고 있다. 마을 세대수와 인구가 늘고 있는 것도 무척 고무적이다. "우리 마을에는 현재 196가구에 460여명이 거주하고 있어요. 이 가운데 80%가 타지역에서 이주해 오신 분들입니다. 예술인 가족도 25가구나 됩니다. 마을 전체가 관광명소로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어요."

그가 선흘2리 이장으로 취임한 것은 거문오름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전인 200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2월에 2년 임기를 마쳤지만 재추대돼 연임중이다.

"이장으로 취임한 직후의 일을 잊지 못해요. 마을만들기사업을 하려고 행정당국을 방문했는데 실무자가 우리마을의 이름조차 몰라 분하고 어찌나 황당했는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얼마후에 탑동에서 열린 주민자치박람회에 선흘2리 부스를 마련하고 마을의 특산품인 더덕, 도라지와 천연염색을 들고 마을 판촉에 나섰어요. 결과는 대박이었죠. 그 때 자신감을 얻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선흘2리의 거문오름이 세계자연유산지구로 등재됐다. 지난해 7월 첫 선을 보인 거문오름 국제트레킹대회는 선흘2리를 일약 국내외 탐방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부상시켰다. 마을에 경사도 잇따랐다. 환경부가 지정하는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선정된 데 이어, 베스트특화마을, 올해 5월에는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주관한 생태관광 20선에도 뽑혔다. 공유지 4만4000㎡에는 녹차원이 조성되고 있다. 올해초에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가 선흘2리 거문오름 지구로 최종 확정됐다.

지난 17일 개관한 탐방안내소 얘기를 나누며 마을에 경사가 많다고 하자 김 이장은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거문오름 지킴이 역할을 하면서 편의시설이 미비해 부끄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다음달 18일부터 개최되는 2009년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대회를 앞두고 거문오름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생각합니다."

김 이장은 "세계자연유산지구에 살고 있다는 주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서도 고민을 털어놨다. "탐방객들 증가가 실질적으로 주민소득으로 연계되고 있는지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해야 할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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