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 살암수과]경찰서 이발관 오영환·문복순씨 부부

[어떵 살암수과]경찰서 이발관 오영환·문복순씨 부부
"배운 가위질로 도우며 살아요"
35년 이발 인생 경로당·고아원 봉사활동 꾸준
  • 입력 : 2010. 08.26(목) 00:00
  • 최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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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제주경찰서(현 제주동부경찰서) 내 이발관을 운영한 지 20년이 다 돼 가고 있다. 결혼과 함께 시작한 이발일은 1976년 인화동, 1980년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을 거쳐 1992년 이곳 경찰서에 정착하게 됐다.

80년대 당시 이발업은 호황을 이뤘었다고 이들은 회상한다.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터미널 인근에서 영업을 할 당시에는 직원을 4명이나 두고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북쩍였다. 하지만 요즘은 경기탓도 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해서인지 이발관보다는 미용실을 많이 찾는단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오래된 단골들과 학생들, 경찰 가족들이다.

이들이 경찰서 이발관으로 옮긴 것은 오씨의 성실함과 솜씨를 믿었던 당시 단골이었던 한 경찰관의 추천 때문이었다. 또 다른 한가지 이유는 '사람'이었다. "이발관 운영 추천이 들어왔을 때 용한 점집을 찾았어요. 그때 스님이 하는 말이 '돈은 많이 못벌겠다. 하지만 아이들 키우면서 사는 데는 문제 없겠네. 또 사람들도 많이 사귈 수 있겠다'였죠. 그게 맘에 들었어요. 사람 많이 사귈 수 있다는 말."

이들은 평범하지만 소중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배운 게 가위질이라 봉사활동도 꾸준하다. 시간이 될 때면 이발관이나 미용실이 없는 지역 경로당을 찾아 이발봉사도 하고, 장애인학교, 고아원 등도 찾는다.

하지만 이런 이발봉사도 이젠 맘대로 하지 못한다. "우리가 가서 무료로 이발을 해주면 그 동네 이발관이나 미용실에선 손님이 그만큼 줄어들어 영업에 타격을 입으니깐 안좋은 시선으로 봐요. 어쩔수 없죠."

오씨는 경찰서 이발관으로 자리를 옮겨서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다. "솔직히 차를 사면서부터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았어요. '경찰서에서 근무하면서 경찰관도 많이 알테니 음주단속에 걸려도 괜찮겠네'라고 주변으로부터 많이 들었어요. 너무 싫었죠. 자식들에게도 그런 모습 보이기 싫었고, 나부터 모범을 보이자는 생각에 술을 아예 끊어 버렸죠."

하지만 오씨가 술을 끊은 데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요즘 이발관이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에만 이발관이 6군데인가 폐업했어요. 예전보다 엄청 많이 줄었죠. 미용실로 사람들이 몰리고, 이발관을 찾는 이들이 줄면서 영업문제로 폐업을 하는 것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발사의 자기관리 문제로 인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요."

대부분 남성인 이발사들이 음주 등 자기관리에 실패하면서 손을 떨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더이상 가위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이발관은 단순히 밥벌이를 위한 직장이 아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앞으로 살아갈 인생 그 자체다.

"옷은 아무 옷이나 입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머리카락은 자신의 신체 일부잖아요. 누구에게나 함부로 맡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몇십년 된 단골이 우리 이발관을 찾는 이유가 그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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