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다시 불붙은 4·3 국가추념일 제정

[데스크 진단]다시 불붙은 4·3 국가추념일 제정
해묵은 현안… 정부 전향적 자세 보여야
  • 입력 : 2013. 03.22(금)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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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희생자 유족들과 제주도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4·3위령제 참석을 통해 국가추념일 지정 등 보다 가시적인 해법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3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유족들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국가공권력에 의해 막대한 인명피해 발생
정부차원에서 위로와 추모사업 이뤄져야
마산 3·15의거도 2010년 국가기념일 승격
박 대통령 대선공약 따라 도민 기대 고조

제주4·3사건의 비극과 아픔을 다룬 영화 '지슬'이 소리없는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슬의 '조용한 반란'은 4·3의 현주소와 오버랩되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후보시절 4·3평화공원을 방문하고 국가추념일 제정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한 바 있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올해 4·3에서 국가추념일 제정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전향적인 입장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잃어버린 5년=4·3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특별법 제정과 2003년 국가차원의 진상보고서 채택 및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4·3평화공원 참배 등으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길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보수우익진영의 끊임없는 이념공세와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4·3은 지난 5년간 홀대를 받아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 4·3평화공원을 방문하고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으나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처럼 이어지는 듯했던 4·3해결의 시계는 멈춰버린 꼴이 됐다. 유족과 도민들 사이에서는 '잃어버린 5년'이라는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대두됐다.

▶해묵은 숙원 이번엔?=4·3국가추념일 제정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보고서에서 7대 건의안에 포함되면서 부터다. 추모기념일 제정은 첫 번째로 거론된 정부의 사과에 이은 두 번째 건의사항이었다. 그 후 10년 간 이 문제는 4·3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권에서도 2010년 87명의 국회의원이 국가차원의 추모기념일 제정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현안해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해관계에 따라 처리되지 못하면서 해묵은 숙원이 되고 있다. 때문에 유족과 도민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번 4·3위령제 참석을 통해 보다 가시적인 해법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참석, 추념일 요구 잇따라=4·3국가 추념일 제정 문제에 대한 도민의 관심은 뜨겁다.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봉행집행위원회(위원장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지난 5일 올해 위령제의 주제를 '4·3의 완전한 해결은 국가추념일 지정부터'로 정했다. 국가추모일 제정 등 4·3현안에 대한 정부의 진일보한 정책을 바라는 유족과 도민의 의지를 담아낸 것이다. 제주도의회도 지난 15일 대정부 결의문을 통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박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과 국가추모일 제정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촉구했다.

▶정부 전향적 자세 보여야=국가기념일은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지정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회 결의와 정부에 의해 지정할 수 있다. 현재 40여 종의 국가기념일이 지정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에 기념일로 새롭게 지정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국민공감대가 필요하고, 4·3희생자가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점,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 법정기념일이 너무 많다는 점 등을 들며 난색을 표시해왔다. 그렇지만 4·3은 국가공권력으로 인해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무고한 희생에 대한 위로와 추모는 정부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마산 3·15의거의 사례도 4·3국가추념일 제정의 당위성을 보여준다. 3·15의거도 시 조례로 운영되다가 2010년 국가기념일로 승격된 바 있다.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한 대목이다.

4·3은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무고한 생명이 공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사건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 여·야 후보가 국가추념일 제정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이제는 정부와 정치권의 진정성 있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이윤형 사회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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