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2)약자없는 관광 천국

[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2)약자없는 관광 천국
관광객 1000만 시대… 약자 이동환경은 열악
  • 입력 : 2013. 04.04(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를 찾는 연간 관광객이 1000만 시대를 맞았지만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등 관광약자를 위한 환경은 열악하기만 해 이들의 관광 향유권 확대를 위한 기반시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노인과 장애인이 접근 불가능한 곳 수두룩
여행수요 증가에 맞춰 각종 기반시설 시급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10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이에 따라 다양한 관광시설과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사회기반시설 및 관광·편의시설을 건설하면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시설과 정보접근 등의 제약조건으로 관광활동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시설 조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제주자치도의회가 관광약자를 위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복지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연구모임인 제주복지공동체포럼(대표의원 박규현)과 본지는 도내 유명 관광지를 방문,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살펴봤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를 위한 접근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안 뭘 담고 있나=지난달 2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박주희·안동우 도의원은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아 제주에서 장애인, 노인 등 관광활동에 제약을 받는 이들을 위한 관광 인프라 조성을 위한'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를 위한 접근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관광약자'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 이동과 시설 이용, 정보접근 등의 제약조건으로 관광활동이 어려운 이들을 말한다.

이들이 발의한 조례안은 관광약자들이 제약없이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이동권과 접근권을 저해하는 각종 장애요소를 제거, 관광 향유권을 확대하고 복지관광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주희 도의원은 "관광정책에서조차도 소외돼 온 관광약자를 위해 행정은 물론 민간 관광 사업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조례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관광약자는 접근·이동이 어려워요"=안동우 도의원 등 취재진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제주시 용담동에 소재한 용연다리. 용연다리 입구는 장애인 등이 접근이 어려운 난관이었다. 출입구의 경사로가 높고, 경사면의 길이가 짧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올라갈 때는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이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또 용연다리의 미끄럼 방지를 위한 바닥면 요철은 휠체어 바퀴가 걸리게 돼 있고, 입구의 전망대는 장애인들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계단으로만 돼 있어 약자를 위한 배려가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용연다리 주변의 용두암은 용 모양을 한 바위를 보기 위해 내려가야 하는 길이 계단으로만 돼 있어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용두암 뒤쪽으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입구의 턱이 높았고, 전망대까지 접근하는 길 또한 계단으로만 돼 있었다.

▶"공공관광지 수준만 되어 있어도…"=취재진이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이하 박물관). 박물관은 이전의 용연다리나 용두암에 비하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및 운영이 잘 되고 있어 모범사례로 추천할 수 있는 곳이었다.

박물관 정문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접근로의 바닥은 휠체어가 걸리지 않도록 바닥면에 철판을 깔아놓았고, 박물관 건물입구에는 장애인경사로가 설치돼 있고, 도우미 호출벨도 작동이 잘 되고 있었다.

전시관 1층에는 장애인과 노인들이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또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광폭기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로 및 점자 안내책도 구비하고 있을 정도였다. 남녀 각각의 화장실 내부에 장애인용 화장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하지만 개선이 필요한 사안도 몇 가지 발견됐는데 ▷실내 전시관 입구의 경사로 높이와 길이가 법정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나 장애인이 이동하기에 불편한 점 ▷장애인용 화장실이 제한적으로 설치돼 있고, 화장실 변기 설치면적이 공간적 여유가 없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에게 이용이 불편한 점 ▷장애인 이동 접근로의 바닥에 휠체어가 걸리지 않도록 바닥면의 정비 등이다.

이번 현장조사에 동행했던 이준협 서귀포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은 "공공관광지의 경우도 관광약자들의 관광활동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및 운영이 매우 취약한데, 사설관광지의 경우는 더욱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 전용이라는 용어를 구분지어 사용하는 곳은 '장애인 전용 주차장'밖에 없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비장애인도 모두 함께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이를 굳이 장애인전용으로 구분 표시해 명명하지 않아도 되므로 비장애인과 분리시키지 않는 작은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동우 제주자치도의회 문화관광위원장은 "1000만 관광객 시대가 되고, 장애인 등의 관광약자들의 제주 여행수요도 증가할 텐데 관광약자들에 대한 정책은 그동안 매우 미흡했다. 실제 현장조사를 해보니 개선해야 할 점들이 너무도 많았다"며 "이와 관련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의 접근가능한 관광환경조성 조례'를 발의, 4월 임시회에 상정할 계획인데 조례가 통과되고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이렇게 생각합니다/안동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위원장]

"약자 접근환경 조성부터"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의 관광객 유치목표는 1050만명이다. 그래서 글로벌 관광객 수용태세를 구축하기 위한 '튼튼한 관광제주' 출정식도 가졌다.

그러나 '제주관광에 있어서 소외되는 계층없이 누구나 참여하고 누릴 수 있는 선진 관광지로서의 제대로운 면모를 갖추고 있는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관광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관광약자들에게 제주여행은 모험에 가깝기 때문이다.

도내 관광지 중 가장 인기가 많아 관광객들이 집중되는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관광약자를 위한 관광편의시설은 매우 미흡했다. 법적인 최소의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가 하면, 그 기준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장애인들의 이용 자체가 안되거나 이용하더라도 너무나 불편하게 되어 있었다. 너무 높은 경사로나 턱, 휠체어 이동이 불편한 바닥 요철, 장애인 이동로 없는 계단 설치, 좁거나 몇 개 안되는 장애인 이용가능 화장실, 너무 멀리 떨어진 장애인 전용주차장 등의 현실은 막상 관광약자들이 큰 맘을 먹고 여행에 나선다고 할지라도 장애요소가 너무나 많은 것이다.

관광이 인간의 기본권적인 행복권과 관련된다면 누구나 참여하고 누릴 수 있는 권리로서 모두가 행복한 관광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첫 출발점이다. 그래서 제주도정이 내세운 '튼튼한 관광제주, 행복한 제주관광'의 출발은 관광약자들의 관광활동의 장애요인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필자가 박주희 도의원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약자의 접근가능한 관광환경 조성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국제자유도시를 표방, 유네스코 3관왕 및 세계 7대 자연경관인 제주관광에 있어 소외계층없이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관광이 이루어지는 관광도시 제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1000만 관광객이 드나드는 선진관광도시가 궁극적으로 가져가야 할 가치이다.

단순히 관광약자들에게 베푸는 복지수혜적 관점이 아니라 새로운 복지관광시장의 창출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법과 제도, 인프라, 프로그램 개발, 마케팅 홍보, 전문인력 양성 등 전반적인 제주관광정책의 질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34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