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분화구 복원 어떻게 되고 있나]

[하논분화구 복원 어떻게 되고 있나]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하논분화구… 도민의 관심 절실
  • 입력 : 2015. 01.01(목) 00:00
  • 최태경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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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논 분화구 전경. 사진=한라일보 DB

환경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생태계의 타임캡슐'
한반도 유일 마르형 분화구·한반도 최대 화산분화구
세계자연보전총회서 복원 의제 채택 불구 지지부진
대국민 홍보·교육 절실… 국책사업화가 당면 과제

제주에 많은 보물이 있다. 이 보물 중에는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보물도 많다. 하지만 그 중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제주에서 그 가치에 걸맞게 대접받지 못하는 보물도 있다. 서귀포시에 있는 하논분화구 이야기다.

지난 2012년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하논분화구에 대한 복원·보전 발의안이 99.3%의 찬성으로 국제의제로 채택됐다. 당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하논분화구 복원 및 보전 프로젝트를 대한민국 정부에 시행토록 권고했다. 하논분화구에 대한 가치와 복원의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복원·보전사업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특히 제주도민 열에 일곱은 하논분화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논분화구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제주의 가치, 세계의 가치'를 주제로 짚어보고자 한다.

▶하논분화구는

하논분화구는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에 위치(호근동 70번지 일대, 중앙로에서 서쪽으로 약 1.5km, 삼매봉 북쪽 지점)해 있다. 한반도에서는 유일한 마르형 분화구이며, 직경이 1km가 넘는 최대의 화산분화구이다.

하논처럼 지표면보다 낮게 형성된 오름을 마르형 분화구라고 한다. 마르형 분화구는 일반적인 오름 생성 과정과는 달리 지하의 쇄설물이 분출해 오름의 산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스가 분출해 빠져나간 공간에 압력의 차이에 의해 지표면이 가라앉아 만들어진 오름을 말한다.

하논은 동서방향 1.8km, 남북방향 1.3km의 타원형 화산체로 3만∼7만 6000년 이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하논 분화구의 마르형 퇴적층은 매년 1000년에 걸쳐 30~40cm씩 쌓여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정한 가치는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주요 의제로 다룰 만큼 세계적으로도 학술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 수만년 동안 기후, 지질, 식생 등 환경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생태계의 타임캡슐'이라고도 불리우고 있다. 하논분화구의 가치는 한반도의 유일의 마르형 분화구와 퇴적층이라는 것을 비롯해 한반도 최대의 화산분화구, 희귀하고 아름다운 화구호수,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대변할 수 있다.

하논분화구는 우리나라에서 마르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고, 수만년 동안 집적된 퇴적층과 지정학적 위치가 갖는 특성에 대한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 고생물 및 고기후 변천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미래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또한 관광, 탐방, 연구교류의 중심지로서 새로운 관광트랜드로 자리매김한다면 지질, 생태관광과 환경산업에 대한 촉진뿐 아니라 자연환경복원 분야의 세계표준모델을 세우게 돼 국제사회에서의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제주도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2011년 2월 제주를 방문한 IUCN 관계자들이 하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세상밖으로 나온 하논

하논분화구는 시대변화를 겪으면서 원형이 파괴되거나 훼손된 채 장기간 방치된 상태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해 왔다.

약 500여년 전 화구벽을 허물어 경작지로 활용하면서 화구호가 사라졌고, 분화구 주변을 덮었던 울창한 원시림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근래에 들어서는 난개발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하논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서귀포시의 야구전지훈련장 계획 발표 후 환경단체의 대응과정에서 각종 연구결과와 심포지엄이 이어지면서다. 야구전지훈련장으로 논란을 빚었던 하논분화구 복원사업은 2003년부터 본격 시작됐다. 서귀포시에서는 2003~2004년 하논생태숲 자원복원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해 행정에서 처음으로 하논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0년 8월에는 제주에서 열릴 세계자연보전총회에 하논복원 프로젝트를 제주 대표 의제로 반영시키기 위한 논의가 행정과 민간 공동으로 추진됐다. 그리고 2011년부터는 하논분화구 복원 범국민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에 하논분화구 논의주제가 제출됐다. 결국 이같은 노력의 결실로 분화구에 대한 복원·보전 발의안은 99.3%의 찬성으로 국제의제로 채택됐다.

▶하지만 현실은

세계적인 보물로 조명받고 있는 서귀포 하논분화구. 하지만 관광객은 물론 정작 도민들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국민 홍보와 교육이 절실한 대목이다.

하논분화구복원기본계획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관광객 372명과 도민 318명을 대상으로 하논분화구 인지도와 경제적 가치 등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조사결과 우선 인지도의 경우, 관광객은 '조금 안다'는 응답이 3%에 불과한 반면 '전혀 모른다' 86.3%, '거의 모른다' 7.5%로 응답자의 93.8%가 하논 분화구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민들도 '알고 있다'는 응답이 10.1%에 그친 반면 '모르고 있다'는 답변이 73.9%(전혀 43.1%+거의 30.8%)로 나타나 관광객과 별 차이가 없었다.

복원사업 추진은 어떻게 돼가고 있을까. 하논분화구 복원의 현실적인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지방정부에서 추진하기에 사실상 어려운 사업이다. 국가사업으로 추진을 위해 제반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하논분화구 복원의 국책사업화를 위해 제주자치도가 주체가 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앞장서 IUCN과 약속한 하논분화구 복원 프로젝트를 국책사업으로 반영시키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며 제주도정이 추진해야 하는 당면과제로 ▷국책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계획 수립 ▷화구벽 및 화구호, 마르퇴적층 복원·보전 등 보호장치 마련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 절차 이행 ▷국책사업추진 전담조직 신설 ▷복원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 등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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