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특별대담]원희룡, 석학 이어령에 제주의 미래를 묻다

[창간특집/특별대담]원희룡, 석학 이어령에 제주의 미래를 묻다
"제주 상실은, 세계적 상실...매력 지켜야"
"상상력 막지 않는 교육 '창조인 천명 프로젝트' 제안"
  • 입력 : 2015. 04.22(수)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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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창간 26주년을 기념해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과 원희룡 제주지사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강희만기자

이어령 전 장관
"외형보다 내면적인 변화 필요…제주 정체성 잃는 것 안타까워
숭숭 뚫린 단단한 제주돌담…막혀있지 않은 제주의 인격"


원희룡 지사
"제주 흐름·변화 어떤 느낌·감정…가야할 방향과 미래모습 차이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인 투자 등 비중 커지는 것에 대한 시각은"


본보가 창간 26주년을 특별히 기념해 '석학이 제주에 전하는 메시지'를 주제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산업사회와 정보사회를 가로질러 사유해 왔던 대표적인 석학으로 손꼽힌다. 그는 여전히 이 땅의 문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제주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시기를 맞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이 직접 만나 나누는 대담 자리를 기획했다.

대담은 제주의 현재와 미래, 제주의 문화, 보전과 개발, 21세기 제주의 역할 등 광범위한 주제로 이뤄졌다. 원 지사의 질문에 이어령 석학이 답하는 형식으로 자유롭게 진행됐지만 신문지면에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분야별로 정리했다. 대담은 본보 이현숙 교육문화체육부장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대담은 '한라TV'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원희룡=제주도에 대해 전국민적으로 기대가 많다. 최고의 석학으로서 여러 비전을 많이 말씀해주고 계신데, 먼저 제주의 흐름과 변화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나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

▶이어령=오래전 제주해저를 파서 잠수마린사업을 한다는 개발사업 내용이 마지막 국무회의에 올라온 적이 있다. 당시 그 사업을 막았는데 그 이유는 선조들이 제주를 지켜온 것이 감사하고 후예들이 지켜온 것이 대견한데 우리가 그걸 못지키고 황폐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제주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제주는 육지의 어느 곳과 똑같이 만들면 안된다. 제주도의 매력을 남발하다보면 매력을 상실하게 된다. 개발과 보존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부분이다. 제주도가 도민과 바깥에서 오는 사람이 모두 행복하도록 하는 것이 제주의 현재와 미래이어야 한다. 그래서 오늘 이자리에서 제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고 싶다.

대한민국이 제주라는 기막힌 섬을 가졌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제주도가 잘못 개발되고 제주도의 문화성과 자연성과 사람냄새를 상실하게 되면 '제주도의 상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상실' 더 나아가 '세계의 상실'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원희룡=현재 제주도의 모습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무엇인지. 가야할 방향과 미래모습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어령 전 장관

▶이어령=신혼여행지였던 제주는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오면서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귀향지' '삼다도' '신혼여행지' 는 이제 아니다. 지금 제주도는 한마디로 섬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잃어가고 있다. 지금 와서 급변하는 제주도의 현상을 보면 '관광객이 많이 몰려든다는 보여지는 변화'가 아니라 문화와 마음속에서 제주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보는게 중요하다. 지금 제주도는 '정체성의 혼란을 맞은 골목길'에 있다. 원희룡 지사가 불행인지 행운인지 중요한 시기에 지사가 됐다. 이 만남을 통해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의 정체성을 회복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

제주선인들의 지혜를 보면 '돌담'에도 들어 있다. 돌담을 쌓을 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그것이 제주도의 인격이다. 단단하면서도 꽉 막히지 않고 뚫려 있는 인간성이 있기 때문에 바람에도 안쓰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민들에게 시멘트를 바르면 안된다.

제주의 문화자본도 거대하다. 제주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들이 산다. 아테네보다 많다. 제주는 1만8000신이 사는데 하나도 문화자본으로 쓰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돌하르방만 만들지 말고 3D 프린터로 1만8000신들의 인형을 만들어 보라. 컬렉터들이 1만8000개를 수집하고 싶도록 하고 전국 아이들에게 꿈을 주는 신화의 원천지가 될 것이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영상화하고 문화의 메타포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제주는 '평화의 섬'이라고 하는데 '행복의 섬' '신화의 섬' 등 다양성을 줘야 한다. 또 21세기 고급기술, 생물다양성 등 제주도가 인큐베이터가 될 수도 있다. 문화, 사회, 자연자본이 연결되면 제주는 단순한 관광의 섬이 아니라 거대한 지적 용광로가 될 것이다. 먼저 에너지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상상해보라. 제주의 집들이 다양하면서도 집집마다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그것은 바로 전기가 되고 그 전기를 활용한 전기자동차가 돌아다닌다. 클린에너지의 원조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정치인 원희룡'이 제주도지사가 된 것은 '일을 저지르라'고 하는 것이다. 우리같은 학자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말을 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정치가이다. 정치가가 미우면서도 잘 해주길 원하는 것은 아무리 학자가 잘해도 '부뚜막에 소금을 집어넣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기차, 에듀테인먼트(교육·오락) 등 세가지만 중점적으로 준비해도 세계의 석학들이 올 것이다. 교육적인 측면에서 전국 퇴직교수들의 '인생의 4악장'을 제주에서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제주니까 가능하다. 노벨상 수상자, 국내 유명 교수 등 제주에서 연구를 마감하겠다는 이들을 끌어들인다면 '창조의 도시'가 될 수 있다.

이런 정체성을 키운다면 21세기 끌고 가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것. 청년자원과 노인자원 합치면 '8020' 80대와 20대가 함께 인생을 살아가고 함께 행복을 나누는 게 인간의 꿈이다. '상상의 섬' '행복의 섬' '신화의 섬' '지혜의 섬' '노인의 섬' '젊음의 섬' 등이 화두가 되면 좋겠다.

원희룡 지사

▶원희룡=참으로 가슴 뛰는 얘기 해주셨다. 상상력 속에 우리가 가야 할 길들이 있을 것 같다. 요즘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중국인 투자이다. 오래전부터 한중일 문화적인 차이를 고민하시는 분으로서 조언을 주신다면. 제주가 동아시아의 가운데 있는 섬이고 인문교류를 통해 한중일의 공통의 미래의 코드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석학으로서 제주와 동아시아의 인문교류. 특히 이 부분에서 중국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에 대한 시각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어령=첫째 한중일은 금·은·동 3분법으로 가면 안된다.'가위바위보'로 인식해야 한다. 서양의 동전던지기식 '흑백논리' '승패'로 가지 말고 함께 윈윈하려면 한중일이, 특히 제주도가 세 나라의 '가위바위보'가 되자. 동양사상이 깊은 도교사상의 가위, 바위, 보 최후의 승자는 없다. 누가 지는 사람없이 순환이 되고 생성이 되는 것. 그 얘기를 여러 가지 경로로 문화를 얘기할 때 가위바위보 같은 이런 모델을 줘야한다.

둘째, 반드시 중국자본에 대한 일정한 정책을 마련해야 된다. 팔아서는 안되는 요지의 확보라든가 또는 땅을 팔기보다는 장기대여 해주는 것으로 하는 편이 좋다. 영구히 남의 땅이 되면 도민 전체의 이익에 필요할 경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한 개방이 이루어져야 중국 사람 끌어들여 자본을 투자하도록 할 수가 있고 우수한 유학생 인적자원들을 유치해 아시아 문화의 축을 형성할 수가 있다.

셋째, 집을 지을 때 지나친 고층건물을 짓지 않도록 도민의 컨센서스를 가져야 한다. 고층건물을 짓지 않아도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창조적 설계에 의해서 가능하다. 두바이에도 바다호텔 등 그런 건물들이 있다. 제주에 큰 빌딩 생겨서 한라산 가리고 중산간 지대 상실하면 제주도가 아니고 서울의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그것은 이미 제주도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다. 복원할 수도 없다. 참고로 좋은 방법을 제안하면 3D프린터를 활용해 집도 짓는 것이다. 제주도 형태에 맞게 예쁘게 집을 뽑아내 집을 지을 수 없는 곳에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내라 할지라도 어느 이상 안된다고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 법을 정비해서 개인이 피해보지 않고 앞으로 중국 큰손들이 땅의 소유주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원희룡=제주의 정체성을 살리는 창조적인 길을 가려면 사실 제주도민들의 의식도 중요하다. 도민의식과 외부의 창조적 지혜가 어떻게 용광로처럼 녹여낼 수 있을지?

▶이어령=제주의 미래를 위해서는 도민들도 고정된 자세로는 안 된다. 제주도는 밸런스만 가지면 어느 방향으로 해도 침몰하지 않는다. 도민이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도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주도 관광개발의 채권을 줘야 한다. 관광객이 늘어도 자신과 상관없으면 '욕'만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관광투자가 이뤄지면 도민들이 함께 하는 것, 관광이 잘 되어서 흑자가 발상되면 관광채권을 가진 도민들은 이득이 난다. 그렇게 되면 저 집 잘되나 내가 잘되나 해도 결과적으로 일정하게 돌아오는 게 있게 된다.

▶원희룡=좋은 말씀에 대해 토론붙일 것은 붙이고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정리해 추진하겠다.

▶이어령=내가 얘기하는건 돈이 안든다. 버스 정류장 색깔만 지정해줘도 달라진다. 창조학교 같은 것도 제주도라면 노벨상 탄 사람도 올 것이다. 2년정도 쉬면서 연구하라고 하면 온다. 정규 대학에서는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도의 시민대학을 만들어봐라. 꼴레쥬 드 프랑스처럼. 교수만 있고 누구나 시민이면 학생이 될 수 있다. 입시지옥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재능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멘토링 시스템'으로 그게 가능하다. 5년 전에 그걸 해봐서 알 수 있다.

뉴욕을 바꾼 줄리아니 시장처럼 지하철 낙서를 지우는 쉬운 일부터 해보라. 뭐가 달라진다 싶으면 그리고 한 가지 일이 성공하면 동행자들이 나타나 어렵고 큰일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태풍이 될 것이다.

▶이현숙=이처럼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어령=참 안타까운 것이 상상력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베드(bed), 비어(beer), 북(book)의 공통점을 이야기 하라면 몇개밖에 이야기 못한다. 십만개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자신이 상상력을 막고 있는 것이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말하는 학교교육에서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더 상상력을 키울 수가 없다. 제주가 천명의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을 기르겠다, 대학생·농부·해녀 등 뭔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 아이디어를 내라. '천명의 창조인을 만드는 프로젝트'. 본토의 지원 없이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운영해 보라. 제주도의 택시, 렌터카, 개인차 까지 자동차 번호판만 눈에 띄게 바뀌면 그것 하나만으로 섬전체가 창조적으로 바뀐다. 가위질한 회양목만 다 뽑아내도 제주도는 정말 창조학교가 되는 거다. 문제는 킬러콘텐츠이다. 한가지만 눈에 띄는 것으로 당장 해보라.

아이디어의 원천은 인문학적 상상력에서 나온다. 제주도는 자연경치, 바람을 팔고, 지식을 팔고 크리에이티브하면 하와이를 능가할 수 있어. 자연은 망가지기 마련이고 팔 수 있는 건 지혜이다. 중국과 일본을 이기려면 군사력, 경제력이 아니라 지혜의 힘을 토대로 한 매력으로 해야 된다. '제3의 파워'가 제주도에는 얼마든지 숨어 있다. 가령 원 지사가 눈 딱 감고 제주도 초등학교에 3D프린터를 설치해주고 어릴 때부터 그 기술을 익히게 하는 프로젝트를 당장 실시한다면 세상이 놀랄 것이다. 자치도니까 실험할 수 있다. 그러면 섬사람은 폐쇄적이고 미개하다는 인식이 역전되고 이젠 사람을 낳아도 제주도로 보내라는 교육의 성지가 된다.

방안에 갇혀 지내는 세계의 오타쿠 젊은이들을 제주도의 고원에 풀어놓는 것도 해볼만하다. 그들에게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날 수 있다. 매년 수 만명의 세계의 젊은이들이 제주도에 캠핑하며 미국의 버닝맨(burning man) 캠프처럼 몰려든다면 제주도는 물론이고 한국이 변한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지혜, 그 가능성이 원 지사 손에 있다면 어떻게 할건가.(웃음) 지금도 해녀하면 제주도 밖에 없는 것처럼, 제주도는 유일한 섬이다. '온리 원'을 지향하라는 것이다. 육지 따라가지 말고.

▶이현숙=다시 한번 귀한 시간 내주시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제주의 미래가치에 대한 뜻깊은 대담을 진행해주신 두분께 감사드린다.

"제주행복지수 발표하면 세계적 관심 받을 것"

▶원희룡=제주도 고향에 돌아와 일하게 되면서 도정의 방향을 정할 때 와닿았던 것이 바로 지적하신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가치,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그동안 표방했던 슬로건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공감해 주셨다. 진정한 '제주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측면에서 문화적 상상력, 인문학적으로 통합된 가치의 제시,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제주의 모습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조언해달라.

▶이어령=원 지사가 표방한 '자연·사람·문화'는 결국 자연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은 금융·산업의 시대가 아니고 21세기를 움직이는 것은 문화자본이다. 구호를 크게 잡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것을 내세우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중 비자림의 나무들은 과거의 나무이자 미래의 나무가 된다. 바오밥나무 하나가 제약회사를 지탱해주듯이 비자림에는 세계에 없는 수백년의 숲이 있다. 자연을 산업화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이라는 세계의 트랜드 측면에서 접근하면 된다.

국민소득은 낮지만 주목받는 작은 나라 '부탄'은 '행복지수 1위'로 100명중 97명이 행복하다고 느낀다. 요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는 하지만, 부탄은 오염되지 않은 환경 속에 국민들이 선을 베풀며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만약 내가 도지사라면 '특별자치도 제주'만의 '행복지수'를 만들어 내겠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모두 GDP에 빠져 있다. 서로 사랑하는 기쁨, 조용한 저녁식탁에 앉을 수 있는 가정의 평화, 믿음, 감동 등 문화적이고 자연에서 얻는 만족감 등을 그 제주만의 특별한 '행복지수'에 담아내야 한다. 아마 제주가 그 지수를 만들어서 해마다 발표하면 전세계가 벤치마킹을 올 것이다.

비자림이나 곶자왈에 대한 것도 '개발''보전'을 놓고 싸울 것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CCTV를 만들어서 호텔에 '풍란존' '비자림존' 등을 보여주는 것은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힐링을 줄 수 있다. 그곳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생태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지역신문은 '강한 신문' 트랜스미디어 시도 긍정적"

▶이현숙=창간 26주년을 맞아 지역신문이지만 최근에는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대표신문을 표방하는 한라일보는 어떻게 변화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제언을 해주신다면.

▶이어령=지역신문이 중요하다. 중앙일간지는 내가 사는 가까운 정보가 아니라 전체의 정보를 다룬다. 지역신문은 내가 살고 같이 호흡하는 커뮤니티 신문이다. 정말 도민들의 의식을 일깨우고자 할 때는 디지털 미디어 보다는 '온돌방'같은 지역의 활자화된 아날로그식 신문이 어느 매체보다 강한 임팩트를 갖는다.

월남전이나 중동전쟁 당시 중앙언론은 '몇명 사망'이라고 나오지만 지역언론은 '우리 지역의 누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지역신문은 '작은 신문'이 아니라 '강한 신문'이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은 지역언론사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지사가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는 언론의 역할에 함께 동행해야 한다. 그게 지역신문이 성공하는 길이다.

요즘은 '트랜스미디어'라고 해서 신문·디지털미디어가 아니라 서로 연계돼 보완되고 있다. 같은 회사의 기사도 어떤 기사는 방송으로 크게 다룰 수 있고, 어떤 기사는 심층적으로 종이신문이 다룰 수 있다. 또 어떤 것은 SNS, 퍼스널미디어, 페이스북 등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미디어가 잡아먹는 게 아니라 '공생'하는 서로 나누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같은 '동행'은 사실 중앙에서는 힘들고 일정한 지역에서는 논의하고 할 수가 있다. 큰 신문사가 아니어도 작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렇게 됐을 때 한라일보가 26주년이라고 하는데 30주년쯤 되면 '한라 미디어종합그룹'이 되어 있지 않을까? 요즘 개인도 방송국도 만들지 않나. 여러가지 허가문제 등 복잡한 것이 있지만 지역신문의 변화와 제주도민을 위한 미디어 밸런스를 맞추는데 지사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신문사가 창의적인 사업을 한다면 제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적극 도와야 할 것이다.





▶이어령 전 장관은

1933년 충남 온양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화여대 교수(1966~1989), 초대 문화부장관(1990~1991)을 지냈고,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기획·연출, 새천년 준비위원회 위원장,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회 식전문화 및 관광협의회 공동의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굵직한 국가적 이벤트를 담당했다. 지금은 중앙일보 상임고문과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축소 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젊음의 탄생>, <이어령의 춤추는 생각 학교 시리즈(전 10권)>, <지성에서 영성으로>, <생명이 자본이다>,〈이어령 라이브러리(전 30권)〉 등이 있다.

대담·정리=이현숙 교육문화체육부장, 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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