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핫한' 제주, 그들의 마음까지 데우자

[백록담] '핫한' 제주, 그들의 마음까지 데우자
  • 입력 : 2015. 10.12(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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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 후면 식당문을 닫을 시간이라 안주 주문은 안된다. 가능한 메뉴를 시켜서 영업시간 전까지 반드시 식사를 끝내야 한다." 보름 전쯤 반가운 지인들과 늦은 저녁 후 해장국 한그릇이 생각난다는 말에 일부러 찾은 식당에서 우리 일행은 짜증이 잔뜩 섞인 식당 주인의 목소리를 접해야 했다. 전국방송을 타면서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식당은 전에는 24시간 영업이었는데, 그 사이 영업시간이 변경돼 있었다. 반갑기는 커녕 '귀찮은 손님' 취급을 당하면서도 "영업 마감시간까지 식사를 마칠 테니 걱정말라"며 해장국 한 그릇을 비우는 동안 계산대 쪽에서는 줄곧 '빨리 먹고 나가줬으면…' 하는 싸늘한 시선이 전해졌다. 일행 중에는 업무상 제주에서 근무하는 이도 있었던 터라 식당주인의 태도에 대한 불쾌함보다는 곤혹스러움이 더 컸다.

올들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이달 1일 1000만명을 달성했다. 작년보다 20일 앞서 달성한 숫자다. 한글날 연휴 첫날인 지난 9일에는 하루 단위 관광객으로는 역대 최고치인 5만5887명이 제주를 찾았다고 한다. 주5일제 정착과 여행을 즐기는 인구 증가로 제주관광은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어디 이 뿐이랴. 작년 제주 순이동(전입-전출) 인구가 1만1112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올들어서도 8월까지 순이동 인구가 작년 같은기간보다 31.5%(2220명) 증가한 9262명을 기록했다. 저마다 이유야 다르겠지만 제주살이를 희망하는 이들이 한 달 평균 1100명 이상씩 유입되는 걸 보면 '제주'라는 브랜드는 지금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변화의 다른 한편에선 전에 없던 낯선 풍경에 씁쓸할 적도 적잖다.

해외지사에 근무하느라 지난 추석에 3년여만에 고향 제주를 찾았다는 30대 지인 강 모씨. 마중나온 부모님과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사이 만난 고향은 예전 기억속의 모습이 아니었다.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졌던 해안가는 카페촌으로 변모해 있었고, 이웃집 모씨네 집이 시가보다 갑절 이상 비싸게 팔려 그 곳에 펜션이 들어섰고, 조용하던 농어촌 마을의 땅 가격이 3.3㎡(1평)에 수 백만원을 넘어 1000만원을 넘본다는 얘기까지….

강씨는 고향 제주가 요즘 하는 말로 '핫(Hot)한 섬'이 됐구나 싶으면서도 밀리는 자동차와 천정부지로 뛴 부동산가격까지, 수도권과 다르지 않게 변모한 모습이 놀랍던 차에 변한 게 또 있었다고 했다. 바로 '제주의 인심'이었다. 연휴동안 섬 곳곳을 다니는동안 일부에서 밀려드는 여행객들을 '적당히 바가지 씌우기 좋은' 대상으로 여기는 건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시장에서 만난 상인 중에는 도민이냐 관광객이냐에 따라서 같은 상품인데도 다른 가격을 부르는 경우까지 있었단다. 세계 어느 관광지에서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얼마만큼의 '바가지'는 존재한다지만 모든 게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이다.

급변하는 세상속에서 제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또 혹자는 바뀌면 바뀐대로의 제주를 즐기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주는 다른지방에서는 찾기 어려운 천혜의 자연경관과 투박한 듯 하지만 속깊은 인심이 있어 더 빛났던 곳이다. 넘치는 게 제주 관광객이라지만 그들 가운데 는 큰 맘 먹고 바다건너 제주를 찾은 이들이 상당수다. 그들의 허기진 속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제주 만들기에 대한 고민은 제주가 가장 잘 나갈 때 시작해야 한다. <문미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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