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쓰레기와의 전쟁, 제대로 하라

[백록담]쓰레기와의 전쟁, 제대로 하라
  • 입력 : 2016. 12.19(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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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원희룡 지사 또한 "쓰레기 난이 계속된다면 '청정제주' 간판을 내려야 한다. 예산·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거들고 나섰다.

제주시의 자세는 자못 비장하다. 제주시는 지난 1일부터 요일별 배출과 함께 배출시간을 오후 6시~자정까지로 조정,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클린하우스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악취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제주시 지역 1일 평균 폐기물 발생량은 2013년 581t, 2014년 657t, 2015년 815t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826t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생활쓰레기는 2013년 507t, 2014년 501t, 2015년 614t, 2016년 상반기 591t을 차지한다.

생활쓰레기의 발생량은 인구 및 관광객 증가와 맞물려 있다. 제주시 인구는 지난 2010년 40만2000여명에서 2013년 44만5000여명, 2014년 45만8000여명, 2015년 47만명을 넘어섰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도 2010년 757만명, 2013년 1085만명, 2014년 1227만명에 이어 2015년에는 1366만명을 돌파했다.

시행 보름도 되지 않아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6일, 음식물쓰레기 배출시간을 24시간 체제로 원상복귀 시켰다. 9일에는 생활쓰레기 배출 시간을 오후 3시~다음날 새벽 4시까지로 완화했다.

제주자치도 등의 민원게시판에는 비난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요일별 배출제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과 함께 '귀중한 세금을 청결지킴이 등 인건비로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발생량은 그대로인데 배출만 제한하는 것이 무슨 소용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鎌倉)시는 스토리관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30~40대 한국 관광객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실제 배경이기 때문이다. 1185년 일본 최초 무인정권이었던 다이라 정권을 제압하고 쇼군(將軍)이 된 요리토모가 막부를 설치한 고도(古都)이기도 하다.

가마쿠라시는 지난 1994년 '환경기본조례'를 제정했다. 1996년에는 '환경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20% 저감 등 모두 18개의 목표를 정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시민·사업자와 시가 해야 할 시책도 내놓았다. 더불어 시급히 해야 할 것,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할 것 등과 30년 뒤인 2025년을 목표로 장기 계획도 세웠다. 일부 중요한 항목은 목표연도를 세워 구체적인 수치목표도 제시했다.

노력의 결과는 눈부시다. 2003년까지만 해도 한 해 7만5000t에 이르던 쓰레기 총량을 지난해엔 3만3000t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음식물쓰레기 저감 및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초점을 맞춰 민·관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시민들은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등 불편을 감내했다. 소형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구매 비용의 90%를 지원하는 등 행정의 지원·노력도 한몫 했다.

쓰레기 줄이기는 시대적 과제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섣부른 정책으로는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배출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근원적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지킴이나 수억원을 들인 음악회로는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 갈 수 없다.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고는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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