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5)]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5)지천으로 피어나는 생소한 꽃들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5)]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5)지천으로 피어나는 생소한 꽃들
몽골의 용머리속 식물… 한국선 용머리·벌깨풀 종 자라
  • 입력 : 2017. 08.21(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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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용머리.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몽골서 흔히 발견되는 용머리속 식물
용의 머리 닮았다 해서 ‘용머리’ 불려

6월부터 7월 초순까지는 몽골초원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나는 시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꽃들, 그 중에서도 도로변이나 철길 주변에 핀 꽃들 중엔 꿀풀과의 식물들도 많다. 이 꽃들은 통꽃이면서 꽃잎조각이 입술모양이어서 다른 무리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그래서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같은 과의 식물들과도 비슷해 보이고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김찬수 박사

그런데 실제 관찰해보면 알쏭달쏭하다. 제주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종류들이다. 보면 볼수록 우리나라 그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꽃들임을 알게 된다. 이곳에서 차창 밖으로 흔히 보게 되는 꿀풀과의 꽃들은 대개 용머리속 식물인 경우가 많다. 이 속명 용(드래곤)과 머리(세팔크)의 합성어에서 보는 것처럼 그리고 영어의 일반명도 용의 머리(드래곤 헤드)인 것을 보면 서양 사람들은 꽃이 마치 용의 머리를 닮았다고 봤던 모양이다. 우리나라 이름 용머리는 이걸 번역한 것이다.

냄새용머리(Dracocephalum foetidum; foetidus가 '냄새가 나는', 또는 '악취가 나는'의 뜻이므로 이렇게 이름 지음)는 그 중에서도 흔한 종이다. 이 종은 울란바토르 일대에서도 보이더니 탐사경로 내내 보인다. 바이양홍고르 초입의 건조한 바위산의 아랫부분에서도 보인다. 이 종은 몽골의 스텝과 사막스텝에 널리 자라고 있다. 다음으로 흔히 보이는 종은 몰다비아용머리(Dracocephalum moldavica)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moldavica는 루마니아를 위시한 26°-29°E, 46°-48°N 몰다비아지방을 나타낸다.

사진 위부터 냄새용머리, 몰다비아용머리.

그런데 이 두 종은 자라는 곳도 비슷하고 식물체나 꽃의 모양과 색깔도 유사한 점이 많아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냄새용머리는 잎의 길이 1.5㎝ 이하, 꽃의 길이 18㎜ 이하인데 비하여 몰다비아용머리는 이보다 길다. 식물체의 높이는 대개 냄새용머리가 20㎝ 이하인데 비해 몰다비아용머리는 이보다 크다. 무엇보다도 두 종의 차이는 냄새용머리는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반면에 몰다비아용머리는 향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몰다비아용머리를 과거에는 밀원자원으로 또 일부에서는 차 대용으로 재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유를 생산하기 위해서 재배하는데 증류할 경우 식물체량의 0.01-0.17%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정유의 주성분은 시트랄, 제라니올, 네롤 및 기타 성분이다. 시트랄은 과일주스를 만들거나 향수산업에 이용되고 있다.

냄새용머리가 냄새난다고 쓸모없는 건 아니다. 이 식물체는 0.46~1%의 정유를 함유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알파 베타 피넨을 비롯한 여러 유용한 성분들이 들어 있다. 이 정유는 항박테리아, 항균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유의 톡 쏘는 듯 하면서 쓴 맛을 가지고 있다. 몽골에서는 전통적으로 지혈과 상처의 치료, 위장병과 간장병 치료에 이용해 왔다.

사진 위부터 큰용머리, 가는용머리, 쌍둥이용머리.

큰용머리(Dracocephalum grandiflorum, grandi-가 '크다'는 뜻을 가지므로 이렇게 이름 지음)는 주로 강수량이 비교적 풍부한 헨티, 항가이산맥 등 북부와 중부, 그리고 알타이산맥의 고산에 자란다.

가는용머리(Dracocephalum fragile, fragile가 '부러지기 쉬운', '섬세한'의 뜻을 가지므로 이렇게 이름 지음)는 흡수굴, 항가이산맥 등의 고지대 모래 또는 자갈로 된 다소 습한 땅에 터를 잡는다.

쌍둥이용머리(Dracocephalum origanoides, origanoides가 '분체를 만드는'의 뜻을 갖는 것으로 보아 이렇게 이름 지음)는 이 속에서는 드물게 줄기가 바닥을 기면서 뿌리를 내려 수많은 별개의 쌍둥이로 발달하는 특징을 지닌 종이다. 주로 고산에 자란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제주도의 용머리는 멸종했나?

용머리·벌깨풀 제주 발견 사례 없어
삼척·단양 등 특수한 자생지서 발견


몽골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야생의 꽃들 중에서 꿀풀과의 식물들을 빼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24속 103종이나 분포해 있다. 우리나라에는 남북한을 통틀어 26속 65종이 알려져 있다. 용머리속의 식물들의 일부는 그 중에서도 비교적 흔히 보이는데 우리나라에서 매우 드문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에는 2종이 있다. 용머리(Dracocephalum argunense)와 벌깨풀(D. rupestre)이다. 그런데 자료에 따라 분포나 자생지 생태에 대한 설명이 천차만별이다. 용머리에 대해서 '한국 속 식물지'는 전국에 분포하며 숲 속의 풀밭에 자란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생물종지식정보 사이트는 북한(함경남도, 평안북도), 한국(강원도 강릉시, 충청북도 단양군)에 분포한다고 하여 매우 드물게 자라는 식물로 설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전자는 러시아, 몽골,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고 하는 반면 후자는 일본, 중국에 분포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혼슈의 북부와 중부에 분포한다. 일본, 중국의 북부, 만주, 몽골, 동시베리아, 한국에 분포한다. 중국에는 헤베이, 헤이룽장, 지린, 랴오닝, 네이멍구에 분포한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는 한국과 중국에 분포한다.

벌깨풀 역시 한반도 내의 분포에서 북부지방 이라는 설명과 강원도 삼척시, 정선군, 전라북도 부안군이라는 설명으로 서로 다르게 소개하고 있다. 외국으로는 중국에 분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에는 분포할까? 아직까지 용머리속의 식물이 제주도에 자란다는 보고는 없다. 이 종들이 몽골,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분포상황을 보면 북쪽에 치우치거나 고산에 자라는 특성을 가진다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두 종 즉, 용머리와 벌깨풀의 경우도 북한지방이거나 남한에서도 삼척, 단양 등 특수한 자생지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이것은 본란을 통해 소개했던 갯봄맞이꽃의 분포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분포영역을 제주도까지 확대했다가 지금은 마치 화석처럼 특별히 차가운 곳에만 점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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