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제주 인바운드 외래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중국시장에 의존하는 제주관광시장을 다변화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드보복 이후 중국 단체관광객들의 제주행이 끊기면서 한산해진 제주공항 국제선 전경. 사진=한라일보 DB
‘시장 다변화·저가관광 근절’ 구호에 그쳐질적성장 기본계획 추진·콘텐츠 개발 절실
중국정부는 지난해 3월 15일 한국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중국인 관광객은 급감했고, 도내 관광업계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사드보복을 계기로 특정국가에 의존하는 관광시장을 다변화시키고 저가관광에서 벗어나자는 것이었다. 이는 제주도에서 외쳐온 관광패러다임 전환과 궤를 같이했다. 그럼에도 사드보복 이후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주관광 질적성장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이에 제주관광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질적관광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중국정부가 사드배치에 반발해 지난해 3월 15일 한국여행 금지조치를 내린 이후 입도 중국인 관광객 수는 11월 기준 71만6000명으로 전년도 289만2000명에 비해 75.2%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도내 관광업계는 시장 다변화,저가관광 근절을 외쳤다. 제주도도 관광시장 다변화와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저가관광 개선 ▷개별관광객 확대 ▷시장다변화 등을 3대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시 바오젠 거리. 중국 단체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던 쇼핑가였지만 사드보복 이후 중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사진=한라일보 DB
▶'사드보복, 위기를 기회로' 구호에 그쳐=그럼에도 제주관광 체질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중국정부의 사드보복 이후 10개월가량 지났지만 해외시장다변화와 저가관광 근절과 관련된 의미있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20일 제주관광 위기극복 대책회의에서 해외시장 다변화를 강력히 추진한 결과 제주와 일본, 대만, 홍콩 등을 잇는 정기노선을 비롯해 부정기노선이 확대되는 등 항공접근성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공접근성 확대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이어지진 못했다. 관광객 입도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말 일본과 홍콩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만 각각 13.9%, 14.8% 증가했을 뿐 그외 국가들은 모두 전년보다 관광객 수가 줄어들었다. 직항노선이 개설돼 있는 대만(-25.2%)은 물론 제2시장으로 주목받았던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6%, 11.5%, 31.7% 감소했다.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인 단체를 겨냥한 저가관광이 반복될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중국정부가 일부 지역에 한해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했던 지난해 12월 19일, 산둥지역에서 방한한 단체관광객은 단돈 48만원(2980위안)에 제주와 서울을 4박 5일간 여행했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의 여행 일정은 성산일출봉, 신비의 도로, 제주민속촌 등 무료 관광지 중심으로 구성됐다.
게다가 단체 저가관광은 동남아 국가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24일 열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에서 김희현 도의원은 "제주도가 질 높은 관광으로 전환하고 시장을 다변화한다는데 전세기를 지원하는 베트남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제주상품은 1건당 43만~62만원(430~580달러)의 저렴한 패키지 상품이었다"며 "여행일정도 무료 관광지 위주로 구성돼 제주도가 싸구려 관광지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가관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인두세(제주여행사가 현지여행사에 모객 대가로 관광객 1명당 지불하는 금액) 역시 동남아 관광객까지 확대된 실정이다. 도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세기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경우 대부분이 인두세를 지급하고 있다"며 "관광객 1명당 5만원 수준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이후 동남아 현지 여행사에서 점점 높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적성장 어떻게 이룰 것인가=이미 제주도는 질적성장을 어떻게 이룰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16년 4월 발표한 제주관광 질적성장 기본계획이 그것이다. 제주도는 2015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332만명 중 중국인 관광객이 85.9%에 달해 특정국가에 편중돼 있고 그 결과 돌발변수에 취약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제주관광 질적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질적성장 기본계획 수립 당시 제주도는 관광객 1300만명이라는 외형적 성장에 비해 관광객의 체류일수, 1인당 평균지출액은 하와이와 비교해 크게 낮아 규모에 맞는 질적성장이 요구되고 있다고 봤다. 또 관광산업 성장세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키고 영세업체간 과당경쟁, 섬지역의 환경용량 제한 등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하는 점도 과제로 인지했다.
이에 제주도는 관광객과 관광업계, 지역주민이 세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다음과 같은 기본방향을 설정했다. ▷관광객들이 질 높은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관광개발을 통해 자연유산과 생물다양성을 보전할 것. ▷제주 고유의 전통문화를 존중해 독특한 가치를 보전하고 관광객과 지역주민간 조화로운 공존에 기여하며 ▷관광업계간 상생기반을 구축해 도민사회 고용확대, 소득 창출 등 사회경제적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할 것 등이다. 제주도를 이를 바탕으로 체류일수·1인당 평균지출·관광객 만족도 상향, 개별관광객 증가, 일본시장 회복 및 해외시장 다변화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제주관광 질적성장 기본계획이 발표된 지 1년 6개월여가 지났지만 성과를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제주관광의 질적성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본계획에 맞는 과제 추진과 더불어 정부 간 소통, 콘텐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선영 제주관광공사 연구조사센터장은 "현재 질적성장 기본계획과 관련된 단기 과제는 이미 진행중이며 각 과제가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내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관급 회의 등과 같은 한국과 중국 정부 간 소통창구가 개설되면 저가관광 근절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왕근 제주관광대 교수는 "정신·육체적으로 힐링할 수 있는 고품격 관광프로그램(소프트웨어)과 세계적인 호텔 체인 등 시설(하드웨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두가지가 갖춰진다면 제주 관광이미지도 싸게 보고 싸게 오는 곳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힐링할 수 있는 곳으로 이미지 변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