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인삼 처방 전무… 백성 위한 대중의서

[책세상] 인삼 처방 전무… 백성 위한 대중의서
日소장 영인 수록 이경록의 '국역 향약구급방'
  • 입력 : 2018. 10.19(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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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식중독을 다스릴 때는 검은콩을 푹 달여서 그 즙을 마신다."

"생선회를 먹고 소화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생강을 빻아 즙을 낸 후에, 즙 소량을 물에 타서 복용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의서인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의 한 대목이다. 고려시대에 편찬된 '향약구급방'에는 향약 개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다. 외국산 약재인 당약(唐藥)과 대비되는 용어로 당시 중국 의학의 영향력이 그만큼 광범위해졌다는 반증이면서 우리나라 토산 약재의 수급과 약성을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향약구급방'은 의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부록된 향약들은 고려시대 고전어 연구와 그 시대 이두식 한자의 사용법을 고증하는 자료다. 본초학이나 약용식물 연구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는 '향약구급방'은 고려시대 간행본이 아니다. 고려시대 초간본은 찾을 수 없고 저자도 알려져 있지 않다. 조선 태종 17년(1417)에 나온 '향약구급방' 중간본이 유일하게 남아있는데 일본 도쿄의 궁내청 서릉부에 소장되어 있다.

고려시대 의료사를 전공한 이경록 연세대 의과대학 의사학과 겸임교수가 '향약구급방'을 우리말로 풀어냈다. 일본 궁내청 소장본 영인을 더해 놓은 '국역 향약구급방'이다.

저자는 '향약구급방'이 고종대 이후 고려 후기에 출간되었다고 분석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고종대 나온 것으로 이해했는데 이 경우 대몽항쟁, 강화도 등 전쟁과 관련된 군진의학(軍陳醫學)의 일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구성을 보면 음식물 중독 등 응급상황이 주의 깊게 다뤄졌다.

'향약구급방'에는 549개 처방에 754개의 약재가 쓰인다. 가장 널리 사용된 약물은 식초이고 꿀, 소금, 당귀, 쑥이 그 뒤를 따랐다. 그는 '향약구급방'이 일반백성들을 위한 대중의서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체를 통틀어 인삼이 단 한번도 처방되지 않는데 그 시기 인삼은 자연삼이어서 보편화되지 않았다.

외과로 대표되는 구급의학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인 남성 중심이라는 점도 나타난다. 치료 대상이 다를 경우엔 소아, 부인으로 구분해 처방을 별도로 제시했다. 역사공간. 3만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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