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일상의 소소함

[문만석의 한라칼럼] 일상의 소소함
  • 입력 : 2020. 04.21(화)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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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함 봄이다. 긴 겨울 끝 찬란한 봄꽃의 정취, 따스한 햇살 아래 누리는 여유로움, 좋은 사람과의 단란한 식사 등 으레 누릴 수 있던 일들이 일상적이지 않은 봄이다. '총균쇠'에서 아메리카 원주민 정복의 직접적 원인으로 병원균을 들었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고도로 발전된 현대 문명의 민낯을 드러내며 정복자로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얼마 전 모임에서 식당을 하는 지인이 한 말이다. 코로나19는 호황일 때는 몰랐던 고객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고 하였다. 손님으로 붐벼서 일에 치였을 때 은연중에 나오던 힘들다는 불만이 철없던 투정이었음을 절실히 깨닫는다고 하였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도 몇 가지 불쾌한 경험들이 있다. 비 오는 날 지인과 막걸리 한 잔 하러 들어간 주점에서의 일이다. 이런저런 얘기 나누느라 동동주와 파전 하나 시켜서 두 시간 좀 넘게 있었나 보다. 계산을 할 때 주인아주머니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이 집은 비 오는 날 두 시간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멍하니 지인과 황망한 눈을 마주쳤고, 그 후로 우리는 그 주점을 찾지 않는다.

얼마 전 일이다. 점심식사를 하러 근처 식당을 찾았다. 식당 문 앞에 손님 한 쌍이 대기하고 있었다. 대기 순번을 적어야 하나 싶어 내부에 들어갔더니 빈자리가 꽤 많았다. 안내문에 전화번호를 적고 밖에서 대기하면 전화한다고 쓰여 있었다. 바람 불고 꽤 쌀쌀한데, 더구나 빈자리도 많은데 밖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꽤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서, 근처 다른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을 동의하지는 않지만, 손님은 자신이 내는 비용에 상응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존재여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역병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새로운 시대는 변화를 수반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표현되는 소통 방식의 변화, 온라인 강의와 재택근무 등 간접대면으로의 급격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변화는 적응의 문제를 남긴다. 온라인 강의의 경우, 교수와 학생에게 낯선 방식의 적응을 강요한다. SNS에 익숙한 세대라지만 신입생은 아직 학우들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팀 과제를 수행하기도 한다. 현장강의가 뛰어나다고 소문난 교수의 온라인 강의가 수준 이하로 드러나기도 하고, 반대로 온라인 강의로 재평가 받는 교수도 있다. 우여곡절이 있지만 초반의 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적응되는 중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인터넷 기반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면, 온라인 강의 등의 변화는 공염불에 그쳤을 것이라는 점이다.

역병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면역력은 우리가 가진 경쟁력과 내부 역량을 다지는 데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본자세를 갖추고 있는가? 현실에 안주하며 위기 대응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주어진 호황 속에서 교만과 겉멋에 물들어 우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반추하여야 한다. 위기의 해답은 의외로 우리가 흘려버리는 일상의 소소함에 있는 법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내게 주어진 것을 소중히 가꿔나가는 마음, 그 소소함이 역병의 시대를 이겨내는 힘이 된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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