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람'을 주제로 내걸고 작업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는다. 서귀포칠십리, 한라산, 서귀포, 섬 속의 섬 등 오민수 작가는 '유유자적'하며 산수 자연을 견문했고 그 여정은 한지에 수묵으로, 때로는 영상이나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등으로 빚어졌다.
한라일보 1층 갤러리 이디(ED)의 젊은 작가 9인 초대전에 나온 '산방산을 노닐다'와 '바람이 분다'는 그의 주된 작업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작들이다. 먹물을 최대한 덜어낸 붓을 한지에 부비며 수묵채색한 근작으로 새벽의 빛을 닮은 저채도의 푸른 색 화면 위에 저 멀리 고요한 자연 경관이 펼쳐졌다.
그가 산수화에 집중한 건 온갖 개념과 주제 의식이 다투는 현대미술을 달리 접근해보려는 의도였다. 현대인들이 그림 안에서 마냥 휴식을 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를 산수유람으로 이끌었다.
그의 산수화는 실경이되 실경이 아니다. 익숙치 않은 산길이나 인적이 드문 골목을 거닐다 그곳에서 고개 들어 바라본 산수를 수묵으로 표현하지만 실제 거기에 있는 인공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원경으로 불러낸 산방산 자락에 송곳처럼 솟은 건물이 있을 테지만 그는 그것들을 지워낸다. 인공물이라는 현실의 개입을 막고 도심을 벗어나 자연다운 자연에서 사유하고 싶은 우리들의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관람자들이 비로소 자유로이 흘러가는 구름에 주목하게 된다면 그만의 산수유람 덕이다.
오 작가는 검은 먹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색감, 농담과 굵기, 강약이나 속도의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수묵의 에너지에 일찍이 반했고 그 힘을 새기고 새기며 여기까지 왔다. 이즈음엔 원경이 아닌 근경으로 이름 모를 풀과 넝쿨이 엉켜있는 장면을 마주하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질긴 생명력을 느낀다는 그는 또 다른 '산수유람'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