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엽의 한라시론] 정원 청소부의 사명

[성주엽의 한라시론] 정원 청소부의 사명
  • 입력 : 2021. 09.09(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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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정원은 단순히 분재원, 또는 식물원이라 표현하기 부족하다. 생각하는 정원은 1968년부터 부친이 황무지를 개척해 설계도면 없이 오로지 관찰과 구상으로 조성한 제주형 한국정원이다. 정원 곳곳에는 정원을 관리하면서 얻은 나무가 주는 지혜와 그로부터 깨달은 철학을 세밀하게 기록한 액자설명서들이 자리하고 있다.

부친은 생각하는 정원을 위해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의 모든 혼불을 쏟아 제주의 보물을 만들어내셨다. 한국과 제주다움을 통해 Unique, Creative, Excellent한 정원을 만들어 세계로부터 탐구의 대상이 될 정도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제주와 한국을 빛내셨다. 정원에는 잠재된 콘텐츠와 에너지가 담겨있다. 부친 곁에서 30년을 조력자로 있던 나에게는 이 아름다운 정원과 더불어 사람들 사이에 필요한 것, 전해야 할 것들이 보였다. 이를 꺼내 알려야 하는데 그동안 능력도 부족했고 상황도 여의치 못했지만 시대정신을 담아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만큼은 가슴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진정한 정원사는 정원이 영혼을 깨우는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는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나였기에 생각하는 정원의 소명과 정체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고, 정원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핑계와 여건을 탓하며 미뤄왔던 일들이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오히려 잠재돼 있던 힘이 깨어난 것 같다.

자연을 통한 사색은 어떤 상황에서도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러한 역동적인 사색을 도와줄 수 있는 곳이 생각하는 정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무와 함께 하는 힐링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웰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의 단절과 감염방지를 위한 통제,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치유와 명상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열정은 때로 지나침이 돼 여러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로 힘들어 한다. 치유의 핵심은 '쉼'과 '느리게'이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힐링프로그램은 Rest 와 Slow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노래하는 그릇 (Singing Bowl)'이라는 명상도구를 이용한 힐링 프로그램을 정원과 접목시켰다. 한국 최고 권위를 가진 (사)한국싱잉볼협회와 협력해 치유를 위한 힐링프로그램을 일반 관람객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관광의 핵심은 '현지(local)'이다. 정원 곳곳에 제주다움을 육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놓았지만 더 나아가 생각하는 정원의 정체성을 담은 사색, 관광,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힐림프로그램을 안착시키는 것이 사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가 주는 혜택은 치유이다. 또한 정원의 궁극적인 목적도 사색과 치유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생각하는 정원의 본질과 역할을 생각해보며 방향을 찾고자 했다.

코로나 19로 많이 힘들었던 모든 분들이 나무와 정원을 통해 치유와 힐링이 있으시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성주엽 생각하는 정원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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