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경의 건강&생활] 당신 마음대로

[신윤경의 건강&생활] 당신 마음대로
  • 입력 : 2022. 04.27(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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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 외화 시리즈 '날으는 원더우먼'에 홀딱 반해 어머니 코트를 입고 빙빙 돌다 개천으로 날아든 기억이 있다. 황홀했던 짧은 비행은 구정물로 시커메진 어머니의 새 코트와 그보다 더 검게 질린 어머니의 일그러진 얼굴 그리고 난생 처음의 회초리로 마무리되었다.

최근 진료실을 찾는 아동·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전부터 꾸준히 늘고 있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파른 증가 추세다. 병원 방문 이유는 언어발달 지연,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의 질 저하, 집중력과 통제력 저하, 학습장애,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 저하, 불안, 강박, 분노조절 등이다. 정서, 인지, 신체 발달이 왕성한 시기의 아이들이 자주 학교를 가지 못하고 외출도 제한된 채 한 두명의 가족과 집에서 지내며, 거의 종일 미디어를 사용하는데 어찌 안그럴 수 있을까. 이렇다 보니 요즘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모여만 있을 뿐 자기만의 놀이를 하고, 대화가 아닌 각자의 요구나 주장만 하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두려워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조절 못하는 경우가 흔히 관찰된다.

진료 중 분위기 전환을 위한 말을 건넬 때가 있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을 내 맘대로 조정할 수 있는 능력", "미리 로또 번호를 알 수 있는 능력" 등 다양한 대답이 돌아온다.

또 다른 풍경 하나. 볍씨학교 제주학사의 하루. 열다섯 살 청소년들이 아침에 일어나 동네 곶자왈까지 3㎞를 달리고,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밥을 짓고, 자신이 먹고 자고 입은 흔적은 스스로 정리한다. 저녁밥을 먹은 후엔 잠시 명상을 하고, 하루를 돌아보는 글을 쓰며, 이를 친구들과 나누고, 치열하게 갈등을 다룬다. 공동체 생활과 자립 훈련을 통해 스스로를 세우고 자기다운 힘을 키운다. 이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서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체력, 집중력, 이해력, 표현력, 공감능력, 주도성, 책임감, 사회성은 향상되고, 불안, 위축, 강박은 감소된다.

3년 전 새로운 심리치유 공간을 준비하며 선정한 센터의 이름은 '마음대로'이다. 이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와 '마음의 큰길(大路)'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음은 엄청난 힘이 있으나 타인, 타생명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율되지 않으면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자폐적이 되거나 제어장치 고장난 폭탄처럼 위태롭기 십상이다. 더욱이 갈수록 돈과 가상현실이 우리를 사로잡으니 행방불명된 영혼1)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마음을 알아야 한다.

필자의 배우자에게 딸이 물었다. "아빠, 갖고 싶은 초능력은?" 망설임 없던 그의 대답 "사랑하는 힘". 그는 소원을 이루고 돌아갔다.

"당신의 소원은 이루어집니다. 당신이 소망하는 초능력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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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영어 제목은 Spirited away이다. 물질문명에 영혼이 사로잡힌 줄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그렸다. <신윤경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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