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예전 같진 않지만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죠"

[현장] "예전 같진 않지만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죠"
추석 앞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모처럼 활기
치솟은 물가에 상인·소비자 모두 무거운 마음
  • 입력 : 2022. 09.07(수) 17:36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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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사흘 앞둔 7일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에 추석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강희만기자

[한라일보] "예년과 같은 대목을 느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추석은 추석이네요."

7일 오후 2시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추석을 사흘 앞두고 열린 마지막 장날인 만큼 야채, 과일, 생선 등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북적거리는 손님들로 인해 분주해진 상인들의 얼굴에는 살며시 미소가 번졌고, 시장 특유의 정겨운 흥정이 오고 가는 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대목으로 꼽히는 추석이지만 계속되는 코로나19와 치솟는 물가, 최근 제주를 지나간 태풍 '힌남노' 영향 탓에 분위기가 예전 같지만은 않았다.

시장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수산물 장터의 상인들은 추석 분위기가 예년과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야채, 과일 등 장터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는 주모(52)씨는 "추석 전 마지막 장날에는 점심시간이 지나면 손님들로 가득찼었는데 올해는 물가가 많이 올라서 그런지 작년보다 더 손님이 찾지 않는 것 같다"면서 "이젠 추석이 대목이라는 말은 사라진 것 같다. 전통시장도 관광객들이 방문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태풍 영향 때문인지 시장을 찾는 관광객 수가 줄어들긴 했다"고 토로했다.

높아진 물가에 제수용품을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웠다. 15년째 차례상을 올리고 있는 박모(52·제주시)씨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올해 추석 준비가 유난히 힘겹게 느껴진다. 쌀을 제외하고는 과일, 야채, 고기, 생선 등 오르지 않은 품목들이 없다"며 "그래도 추석이니깐 어렵지만 좋은 마음으로 차례 준비를 하려고 한다. 차례상에 올릴 음식만 차려서 간소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보다 전통시장에서 제수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시장에 찾았다는 김모(51.제주시)씨도 "보통 명절에 제수용품 구입 비용으로 10인 기준으로 60만원 정도 쓴다"며 "이번 추석에도 비슷하게 쓸 것 같다. 야채와 생선, 과일이 마트 보다는 저렴해서 시장에서 전부 구매했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5일 추석을 보름여 앞두고 도내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추석명절 물가동향을 조사한 결과 추석 차례상 제수용품 구매 비용(4인 가족 기준)은 지난해 보다 11.0% 오른 30만1000원이 들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한 제수용품 26개 품목 가운데 오징어, 밀가루, 두부, 무, 애호박, 옥동 등 15개 품목이 상승했고 고사리, 파, 달걀, 배, 밤 등 7개 품목은 하락했다.

가격조사기관인 사단법인 한국물가정보도 지난달 24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추석 차례상 품목 구입 비용(4인 가족 기준)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은 지난해 보다 2만6500원(9.7%) 오른 30만1000원, 대형마트은 지난해 보다 2만4600원(6.5%) 오른 40만8420원이 들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 구입 비용 차이는 10만7420원으로, 전통시장이 35.6%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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