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6] 2부 한라산-(12)백두산 이름은 어디서 왔나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16] 2부 한라산-(12)백두산 이름은 어디서 왔나
‘박’과 ‘포’, 백두산 천지와 무슨 관련 있을까
  • 입력 : 2022. 11.08(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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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白)은 박(泊)과 같은 말
박과 포는 모두 만주어로
크고 역동적인 호수
‘박’과 ‘포’는 호수라는
뜻으로 만주에서 널리 쓰여


중국의 자료들을 보니 백두산 천지를 달문(門), 달문(達文), 도문(圖們), 타문(他們), 도문(圖文), 타문포(他們), 도문담(圖汶潭), 토문택(土汶澤)으로 나왔다. 중국의 천지 이름은 왜 이렇게 한라산의 또 다른 이름 두무처럼 T+M의 구조를 갖는 것인가?

왕지에서 바라본 백두산 정상. 화산활동으로 분출한 부석으로 회백색으로 보인다.

이 연재를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해서 정리하자면 두무오름이라는 말의 기원을 푸는 것이 한라산의 명칭을 이해하는 데 건너야 하는 다리가 되니 건너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이 다리를 건너기 전에 해결하고 넘어가지는 것이 '백록담'의 기원이다.

호수를 나타내는 말로는 천지의 지(池), 도륜박, 도문박, 온량박의 박(泊), 타문포의 포(泡), 용담의 담(潭) 등이 추출된다. 그중 담(潭)이란 말은 백록담에도 있으니 이는 공통의 뜻이라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지난 회에서 짚어본 얘기다.

천지의 지(池) 역시 우리와 공통이니 어렵지 않다. 그런데 못을 나타내는 데서 왜 박(泊)과 포(泡)가 등장하는 것일까? 우선 박(泊)이란 글자는 '배 댈 박'이라고 한다. 물 수(水)가 의미를 나타내고, 백(白)은 소리를 나타낸다. 이런 두 글자를 합해 하나의 뜻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글자를 형성문자라 한다. 물에서 배를 육지 가까이 대도록 하여 '정박'하는 것을 뜻한다. 뜻으로만 봐서는 천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글자다.

그럼 포(泡)는 무슨 글자인가? 이 글자는 '거품 포'라고 한다. 역시 물 수(水)가 뜻을 나타내고 포가 소리를 나타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라는 글자는 점막에 둘러싸여 둥그렇게 만들어지는 '물거품'을 말한다. 그러니 이 글자들을 만들어 낸 사람들은 배를 댄다는 단어를 '박', 물거품을 '포'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그걸 나타낼 글자가 없으니 이러저러한 글자의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냈고, 나중엔 그 글자를 '배 댈 박'이라고 한다거나, '물거품 포'라 한다고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자들이 백두산 천지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가.

그들은 왜 못을 나타내는 '못 지(池)'를 놔두고 이런 글자를 동원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지금은 박(泊)이라는 글자는 '보-', 포(泡)의 발음은 '파오'다. 그러나 이 '포'의 중세 이전의 발음은 '백(白, 만주 발음 바쿠)'에 가깝다. 또한 '박(泊)'이라는 글자는 백(白)과 같은 음운계열로서 사실상 같다고 해도 될 정도다. 그러니 이것은 만주 일대에서 우리 식 발음 '박' 혹은 그 유사 음을 표시하고자 한자에서 빌려 썼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양해를 구하자면, 이 발음은 국제음성기호로 써야 하지만 글자 폰트가 다 없을 뿐 아니라 어차피 한글로 이중 표기를 할 수밖에 없으므로 생략하였다.

퉁구스어 고어에서 '푸유'가 '소용돌이' 혹은 '끓는'의 의미를 나타낸다. 이 말은 퉁구스어권의 여러 언어에서 다양하게 파생했다 특히 만주어에서는 '푸예-', 남만주어에서 '페이-'로 나타난다. 그뿐만 아니라 올차어, 오로크어, 나나이어, 오로촌어, 우데게어, 솔롱고어 등에서 매우 유사하게 발음한다. 몽골어나 돌궐어에서도 같은 기원을 보이지만 발음은 꽤 멀어진다.



그러므로 박이나 포는 퉁구스어, 그중에서도 남만주어의 '페이-'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크고 역동적인 호수 '페이-'를 나타내기 위해 그들은 지(池) 대신 별도의 말을 썼다. 점차 후대에 와서는 박(泊), 포(泡) 모두 호수를 나태는 말로 뜻이 바뀌었다. 박(泊)은 도륜박(圖倫泊), 도문박(圖們泊), 도문박(圖文泊) 같이 백두산 천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경박호(京泊湖)같이 매우 큰 호수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 외에도 고계박(高鷄泊), 백수박(白水泊), 양유박(楊柳泊) 등 만주 일대에서 호수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것이다.

포(泡)라는 글자는 어떤가. 염화포(蓮花泡), 방두포(膀頭泡), 천수포(泉水泡), 월아포(月牙泡) 등 호수의 뜻으로 쓰인다. 이것은 만주어의 호수를 나타내는 말을 어떻게든 글자로 기록해야 했기 때문일 뿐이다. 여기서 쓰인 박, 포 같은 원래의 뜻과는 관계없이 빌려 쓰는 방식을 언어학에서는 음차라고 한다.



그럼 백두산이란 무슨 말일까? 멧부리에 흰 부석으로 덮여 있어 늘 희게 보이므로 백두산이라 한다고들 한다. 백두산의 별칭을 살펴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의문이 절로 나온다. 삼국유사라는 책에 단군왕검께서 신단수 아래에 신시를 세웠다는 내용이 나온다. 조선이 건국하는 최초의 장면이다. 여기서 신단수를 '박달'이라고 풀이하는 것이다.

신단수의 단(檀)과 단수(壇樹), 그리고 신단(神壇), 진단(震檀)과 같은 말에 박혀 있는 이 '단'이 무엇일까?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스님은 이걸 표기하고자 고심 끝에 범어 칸다나(candana)를 찾아냈다. 칸다나는 나무 이름으로 '신단'으로도 발음할 수 있다. 이 말 역시 순수한 '발음'에 불과한 것인데 한자를 차용하면 '신단(神壇)', '신단(神檀)', 혹은 '진단(震檀)'이 돼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 나무는 단향목(檀香木) 혹은 백단(白檀)이라고도 부르는 나무로 힌두교와 같은 일부 종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며 일부 문화에서는 향기롭고 의약적인 특성에 중요성을 크게 부여한다. 그런데 절묘하게도 이 '백단'이란 당시에 박달에 유사하게 발음했다. 따라서 '박달'이라고 부르는 백두산을 가리키기 위하여 신단수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박달이라는 말은 한자로 백산(白山), 백산(伯山)이라고도 썼다. '백'은 호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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