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누구에게나 무탈한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수많은 시간과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희로애락은 우리의 삶과 동행할 수밖에 없다. 예전 시내버스 기사 앞에는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가 붙여진 것을 보곤 했다. 아무 탈 없이 하루가 지나기를 바라는 소녀의 기도하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공직자 누구나 퇴임할 때까지 무탈하기를 바란다. 많게는 30년 이상의 공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민원과 갖가지 유혹, 그리고 개인적 실수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진취적이지 못 하다는 비판도 받는다. 행정시장은 어떨까.
지난 8월 취임한 강병삼 제주시장과 이종우 서귀포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오는 30일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취임 전부터 농지법 위반 의혹 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았던 양 행정시장이 이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강 시장의 경우는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겹치면서 제주도의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됐음에도 오영훈 지사는 지난 8월 23일자로 시장 부재에 따른 업무 공백 등의 이유를 들며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당시 오 지사는 강 시장에 대해 개혁성·전문성을 들며 "40대 시장을 임명하면서 제주지역 사회가 발전의 능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이 시장에 대해서는 "서귀포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시장은 임명 당일 제주시청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행동하는 시장, 실용주의 시장, 미래를 준비하는 시장이 되겠다"며 "제주시민에게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형식과 관습도 과감히 타파하는 실질적 행정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도 서귀포시청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청정 건강도시, 행복 서귀포시 조성을 목표로 서귀포시의 가치를 키워나가는 역량을 쏟겠다"고 피력했다. 이에 "대화와 소통으로 갈등 해소, 시민 화합, 균형발전 등 조화롭고 행복한 도시상을 구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맞는 시점에서 딱히 이렇다 할 눈에 띄는 이들의 행보는 없는 듯하다. 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나 정례회 등에서의 "행정시장이라는 한계와 행정의 연속성 때문"이라는 답변만이 귓가를 맴돌뿐이다.
현재, 행정시장 2년 임기중 벌써 1/7이 지났다. 이제는 행동으로, 결과물로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현장행정을 통한 주민 소통을 추구하는 행정시장들로서 이번 취임 100일을 변곡점으로 삼아 자신만의 색깔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100일의 성과와 앞으로의 정책방향이 어떻게 제시될 지 주목된다. 취임사 내용과 유사한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이라면 시민들은 크게 실망할 게 뻔하다. 시장은 공직자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운 존재다. 그래서 무탈이 능사가 아니라 탈이 있어도, 지적을 받더라도 자신의 추구하는 정책을 소신 있게 펼쳐야 한다. <백금탁 제2사회부장 겸 서귀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