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을 든 고진영. 연합뉴스
고진영(28)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80만 달러)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며 '부활'을 알렸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의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6천749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2위 넬리 코다(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이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이 대회 이후 1년 만에 다시 LPGA 투어 대회 정상에 올라 투어 통산 14승을 수확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 이후 하반기부터 손목 부상으로 고전한 고진영으로서는 의미 있는 우승이다.
고진영은 지난해 7월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공동 8위 이후 흐름이 뚝 떨어졌다.
손목 통증 때문에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6개 대회에서 컷 탈락 3회, 기권 1회 등으로 부진했다.
1위였던 세계 랭킹도 지금은 5위까지 밀려났다.
여기에 한국 선수들도 지난해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전인지(29) 이후 LPGA 투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는 내림세가 겹치면서 '코리안 시스터스'의 에이스 격인 고진영의 부상 공백이 더욱 도드라졌다.
이번 우승은 고진영 개인으로도 1년 만에 우승이지만, 한국 선수들도 전인지 이후 18개 대회 연속 '무승' 사슬을 끊은 승전보가 됐다.
고진영은 이날 3타 차로 여유 있게 앞선 18번 홀(파4) 그린으로 향하면서 이미 눈가가 촉촉해질 정도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우승을 확정하고 나서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우승을 확정한 뒤 LPGA 투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작년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우승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그래서 이번에 작년과 비슷한 시기에 우승했지만 자만심을 갖기보다 '정말 열심히 해야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래 걸렸다면 오래 걸린 우승이지만 그 기간에 두 단계는 성장한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우승을 확정한 뒤 쏟은 눈물의 의미를 묻자 고진영은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고, 프로 데뷔 후 첫 우승 때 났던 눈물처럼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답했다.
결정적인 순간으로는 3타 차 리드를 되찾은 13번 홀(파5)을 지목했다.
그는 "티샷이 살짝 왼쪽으로 갔는데 스탠스가 안 좋았다"며 "세 번째 샷을 200m 정도 남기고 쳤는데, 거기서 버디를 한 것이 컸다"고 돌아봤다.
"누구보다 연습을 열심히 했고, 흘린 땀과 눈물이 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고진영은 "LPGA에서 거둔 14승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우승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고진영은 두 번 결별했던 이시우 코치의 지도를 다시 받으며 베트남에서 동계 훈련을 소화했다.
2019년 메이저 2승을 거둘 때와 세계 1위를 달리던 2021년 하반기 등에 이시우 코치의 지도를 받은 고진영은 지난해 말 다시 이 코치와 손잡았다.
고진영은 "메이저 우승도 있지만, 제가 작년에 성장하는 시간이 있어서 이번 우승도 나올 수 있었고, 남은 시즌 어떻게 더 해야 하는지 알게 됐으며, 마음이 가장 치유받은 대회도 이번 대회"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홀가분하다"고 기뻐했다.
2008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은 고진영이 처음이고, 통산 2회 우승은 2015년과 2017년의 박인비(35)에 이어 고진영이 두 번째다.
고진영 개인으로는 LPGA 투어에서 2019년과 2021년 파운더스컵, 2020년과 2021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세 번째 타이틀 방어다.
파운더스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2020년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고진영 #삼다수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