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30)당신이 하나쯤 품에 지니라는 말-최서진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30)당신이 하나쯤 품에 지니라는 말-최서진
  • 입력 : 2023. 08.08(화) 00:00  수정 : 2023. 08. 08(화) 19:52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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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하나쯤 품에 지니라는 말-최서진




귀에서 멀어지던 색을 모아 물거품처럼

번지는 노을빛을 만든다



붉은 바닷속 같은 이름을 불러본다



길게 목이 자라나는 기린처럼

여름의 오후가 다가온다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



외로워서 온종일 곁에 두고 싶은

당신이 하나쯤 품에 지니라는 말

접시꽃 위에서 영혼처럼 빛난다

삽화=써머



"당신이 하나쯤 품에 지니라"는 말이 바닷속 같은 컴컴한 이름을 부르게 한다. 그 사이 여름의 오후가 다가오고 아무도 몰래 줄탁동시, 새가 태어난다. 당신이 하나쯤 품에 지니라는 말, 그게 곧 '당신'이라는 말인지 기다림이라는 말인지 믿음이라는 말인지 표명되지는 않았지만 표면에 떠오르는 감각의 조응은 일어나 접시꽃 위를 향한다. 그러나 시가 끝났을 때도 당신이 하나쯤 품에 지니라는 "말"만 접시꽃 위에 영혼처럼 남아 있으며, 처음부터 '말'이 지시하는 내용 따위는 없다. 실제로 "외로워서 온종일 곁에 두고 싶은" 그 무엇이 확인되기라도 하면 화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인의 노래 또한 거기서 그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시는 품으라는 "하나쯤"의 정체를 소외시키는 것으로 목표를 달성한다. 접시꽃 위엔 그거라도 붙들고 싶은 익명의 빈칸 하나가 빛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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