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민의 책과 함께하는 책읽는 가족] (8)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서귀포시민의 책과 함께하는 책읽는 가족] (8)동물은 어떻게 슬퍼하는가
"슬픔은 사랑에서 파생… 사랑보다 강한 힘이 또 있을까"
  • 입력 : 2023. 10.27(금) 00:00  수정 : 2023. 11. 23(목) 15:07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우리가 동물의 슬픔을 어떻게 이해하든지 분명한 사실은 슬픔은 사랑에서 온다는 것이고, 슬픔이란 사랑하기에 겪는 대가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책. 저자 바버라 킹은 동물들이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낼 때 슬픔을 느끼는지, 슬픔을 느낀다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지 들여다본다.

섣불리 의인화하지 않으면서 그들 각자가 구사하는 슬픔의 언어를 부드럽게 옮겨 놓음으로써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바버라 J. 킹 지음, 정아영 옮김, 출판사 서해문집>



동물이 구사하는 슬픔의 언어
섣불리 의인화하지 않고 옮겨


독서 대담 통해 생명체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 가져
더 나은 사람 되고 싶단 생각도
동물 돌보는 이들에 추천하고파




▶대담=양은심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책읽는 가족=평소 사촌 간 좋은 책을 추천하며 책이 주는 즐거움을 나누는 가족.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엄마 김효정, 수의예과에 재학 중인 둘째 아들 양익준, 막내 중학생 양운석. 아담한 카페를 운영 중인 엄마 박혜숙, 그림을 좋아하는 고등학생 둘째 딸 양재연이 함께했다.

평소 사촌 간 좋은 책을 추천하며 책이 주는 즐거움을 나누는 가족.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박혜숙, 양은심, 김효정, 양운석, 양익준, 양재연.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양은심(이하 양): 시민의 책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양익준(이하 준): 이 책의 저자는 '슬픔이라는 것이 사랑에서 파생되는 것'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사랑만큼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생명체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랑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요. 슬픔의 개념을 공부하는 것이 사랑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랑과 슬픔의 개념 공부를 통해 생명체에 대한 이해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됐어요.

▷김효정(이하 정): 다양한 시민의 책 중 가족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연결 짓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책을 찾던 중 '비인간 반려자와 함께 살 만큼 운 좋은 사람'이라는 추천 글을 보고 동서 가족이 그런 운 좋은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수의예과 새내기 아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이 책을 선택하게 됐죠.



▶양: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나 신선한 충격을 받은 부분은?

▷양운석(이하 석): 동물들도 슬픔을 느끼고 자살이라는 걸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우에노 교수와 하치가 나오는 부분은 감동적이었어요. 특히 "기억해 줄 사람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면 완전한 죽음이 되겠지"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양재연(이하 연): 대부분 사람들은 개를 가장 많이 의인화시키기 때문에 당연히 친한 친구의 죽음을 슬퍼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어떤 개는 아예 친한 친구의 죽음을 모르거나 무시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것은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 새 등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슬픔을 통과하는 방식의 차이는 종과 종 사이의 차이 못지않게 개체 간 차이가 중요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저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저자의 이런 태도가 맘에 들었어요.

▷정: 이 책에서 소개된 다양한 종이 겪는 슬픔의 사례들을 보면서 우리와 너무나 닮았다고 느꼈어요. 늘 같이 지내던 친구의 죽음 앞에서 보이는 우울과 식욕부진부터 죽음을 목도하고 그 자리를 지키던 모습, 새끼의 죽음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까지 너무나 똑같아서 놀랐어요.

▷박혜숙(이하 숙): 동물의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경한데, 동물에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어요. 그만큼 낯설었고 충격적이었죠. 여기에 소개된 사례들은 우리가 그 동물들의 진심을 알 수는 없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행동들은 우리가 보기엔 분명한 자살로 볼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특히 곰 사육농장에서 평생 우리에 갇힌 채 담즙을 채취당하던 어미 곰이 새끼 곰도 똑같은 고통에 울부짖자 우리를 탈출해 새끼를 죽이고 자신도 벽으로 돌진해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 분노, 상실감을 넘어서 자괴감까지 들었어요.



▶양: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은가요?

▷준: 학과 동기들한테 추천하고 싶은데요.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들을 읽고 동물이 어떻게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물론 지나친 의인화는 동물을 치료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얘기했듯이 지구상에서 사랑과 슬픔을 느끼는 존재가 인간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됨으로써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동물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요.

▷석: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나 동물을 돌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육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갑자기 올해 봄에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했다는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 이유가 우울증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사육사들이 동물의 행동 특성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면 동물들을 잘 돌볼 수 있고 세로처럼 탈출해서 또 다른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할 수 있으니까요.

▷연: 저는 오히려 이미 동물들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보다는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동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처럼 뭔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 말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동물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 이해는 동물들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져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요즘 뉴스에 나오는 학대받는 동물들이 보호받고, 버려지는 동물들이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양: 마지막으로 가족끼리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면서 느낀 점은?

▷준: 저희 가족은 평소에도 대화를 꽤 자주 하는 편인데 같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공유하기는 처음이예요. 일상의 대화가 아닌 책을 통한 대화는 구성원 서로가 소통하며 서로의 생각이 어느 정도 성숙해져 가고 있는지, 배울 점이 있지 않은지, 얼마나 다양한 의견을 논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어요.

▷연: 책을 읽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여러 가지 궁금증도 풀렸지만 그에 못지않게 또 다른 궁금증들이 생겨났어요. 이런 궁금증들은 혼자 읽고 끝냈더라면 생기지 않았겠죠. 그리고 오빠, 동생, 엄마의 얘기를 먼저 듣고 말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이 더 잘 정리되고 완성되는 뜻깊은 경험을 했어요.

▷정: 같은 책으로 이렇게 토론 비슷한 걸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들의 생각이 나와 어떤 점에서 같고 다른지 알아가는 과정은 아들, 조카가 아닌 한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줬어요. 이런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운: 중학생인 저에게 이 책은 조금 어려웠어요. 특히 뒷부분이 더 그랬는데 가족끼리 이야기하다 보니 다 이해가 됐어요. 가족이라서 부끄러움 없이 얘기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숙: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어서 굳이 곱씹을 필요 없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꺼내 펼쳐 볼 수 있게 했던 시간, 불편해서 외면했거나 무관심해서 무지했던 것들에 대해 반성했던 시간이었어요.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4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