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관람 경험률 3.1%뿐… 갈 길 먼 제주비엔날레

도민 관람 경험률 3.1%뿐… 갈 길 먼 제주비엔날레
도민 1000명·문화예술계 204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도민 인지율.관람 경험률 저조... 가치 인식은 긍정적
인지율 높이고 관람 확대 위한 적극적 홍보·소통 필요
  • 입력 : 2023. 11.11(토) 17:06  수정 : 2023. 11. 15(수) 01:50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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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제주도립미술관 강당에서 제4회 제주비엔날레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오은지기자

[한라일보] 부침 속 명맥을 이어온 제주지역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행사 제주비엔날레. 제주도립미술관이 내년 네 번째 행사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도민 공감대 속 지속가능한 축제로 자리매김하기까진 갈 길이 멀어보인다. 무엇보다 도민 관객 확보를 비롯 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 및 차별화 전략 강화가 과제로 꼽힌다.

▶제주비엔날레 여정=지난 2017년 16억5000만원을 들여 첫선을 보인 제주비엔날레는 격년제 미술제로 추진됐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속 일정 연기가 거듭되고 내부 갈등과 예산 미반영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난해 5년 만에야 다시 닻을 올렸다.

2021년 최종 취소된 제2회 행사는 '개최가 안된 비엔날레'로 역사에 남기고 혼선 방지를 위해 '제3회'로 치러졌는데, 사실상 두 번째 행사인 셈이다.

총 예산 18억5000만원이 투입된 제3회 제주비엔날레는 16개국 55명(팀)이 참여했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을 주제로 내걸고 위성전시관을 삼성혈과 가파도 AiR 등 비정형공간으로까지 넓히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열린 제3회 제주비엔날레. 주제관인 제주도립미술관.

짧은 준비 기간에 비해 안정적으로 국제행사를 치렀다는 긍정적인 평가 속 ▷도민과 지역작가와 함께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 확대 ▷홍보 채널 다양화 및 국외 홍보 플랫폼 확대 ▷충분한 준비기간과 지속성을 위한 별도의 운영 조직(조직위원회) 구성 ▷개최시기 조정 등이 개선점으로 제시됐다.

▶낮은 인지율과 관람 참여율... 절반 수준 만족도=제주도립미술관이 내년 제주비엔날레 개최 추진을 앞두고 진행한 제주비엔날레 성과평가 설문조사 최종 보고가 지난 10일 제주도립미술관 강당에서 열린 제4회 제주비엔날레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서 이뤄졌다.

이번 설문조사는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진단을 통해 향후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지난 9월 8일부터 10월 6일까지 도민 1000명과 문화예술관계자 204명을 대상으로 면접 및 이메일 조사를 병행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제주비엔날레에 대한 도민의 인지율과 관람경험률은 저조했지만 문화적·사회경제적·존재 가치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도민의 제주비엔날레 인지율은 46.8%, 제3회 제주비엔날레 관람 경험률은 3.1%에 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열린 제3회 제주비엔날레. 주제관인 제주도립미술관.

미술관 관계자는 인지율과 관람 경험률이 큰 격차를 보인 배경으로 짧은 개최 역사와 현대미술에 대한 진입 장벽의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풀이했다.

다만 도민들의 제4회 제주비엔날레 관람 의향은 52.9%(문화예술관계자 94.1%)로 절반을 넘겼다. 또 문화예술 발전에 긍정 영향, 문화예술 이해와 친근감 향상 기여 등 문화적 가치와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기여 및 지역 경제발전 기여 등 사회경제적 가치, 미래 관람 의향 및 미래세대 문화예술향유 기여 등 존재 가치에 대해 약 60%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예술관계자들은 94.1%가 제4회 비엔날레 관람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비엔날레의 목표와 콘셉트 영향력과 가치에 대해 53.4%~77.9%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함께 문화예술관계자 대상 전반적인 전시 작품 수준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일정수준 이상이다+매우 높다'라며 '만족'을 표한 응답률은 51%, 제3회 비엔날레 관람경험자들의 만족 비율은 50.4%로 절반 수준을 보였는데, 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홍보·소통 미흡... 가을 개최 적절=도민들이 인식하는 제주비엔날레의 홍보·소통 평가는 '미흡'하다는 응답률이 61.8%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 34.2%, '충분'은 4%에 그쳤다.

제주비엔날레 참여 확대를 위해선 가을(9~11월 중순) 개최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특성별 요구 고려한 기획을=용역진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의 시사점으로 제주비엔날레의 문화적·사회경경제적 가치와 영향력이 확인된 점을 꼽았다.

비엔날레의 인지율을 높이고 관람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인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동부(28.1%) 지역과 남부(24.2%) 지역의 홍보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부지역 인지율은 54.5%, 서부지역은 45.1%였다.

더불어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SNS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정보 제공 및 홍보 강화를 위한 채널 활성화와 콘텐츠 개발 필요성이 제시됐다.

도민의 연령대별, 특성별 다양한 요구를 고려한 제주비엔날레 기획 필요성도 제안됐다.

예를 들어 자녀가 있는 경우 관람목적으로 '자녀 교육'이 높게 나타나는 만큼 아동·청소년 대상 예술교육프로그램 및 학교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미술교육 수업과 연계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외에 '전시 입장료 인하 혹은 무료화'에 대한 응답이 많아 문화예술복지 차원의 다양한 방안 모색 필요성 등도 제시했다.

▶제주지역 작가 참여 비율 쟁점=이날 도내 문화예술관계자와 도외 비엔날레 전문가 등 12명이 참여한 제4회 제주비엔날레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선 '제주지역 작가 참여 비율'이 쟁점이 됐다.

설문조사 결과 '제주지역작가의 참여비율을 제3회 제주비엔날레의 25%보다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도민 46.9%·문화예술관계자 44.6%로 '동일하게 해야 한다'와 '25%보다 낮춰야 한다'보다 많았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듯 했다.

참여비율에 연연해하지 말고 진정한 비엔날레 성장에 힘써달라는 의견부터 지역 작가 데이터베이스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하며 구축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작가 쿼터제'가 돼 평가절하되거나 지역작가 참여율을 의식하고 명문화하는 것이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어떤 감독이든 지역 행사를 맡으면 지역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만큼 리서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역작가를) 끌어안고 가게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이밖에 시대 변화에 따른 비엔날레 존재 의미, 본질을 살펴 방향성을 제로베이스에서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는 현재 '프로젝트 제주'라는 8억 예산을 투입한 또 하나의 국제행사가 지난 2021년부터 격년제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예산 아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과 연계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 9월부터 제주도립미술관 등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특별전 '프로젝트 제주'.

더불어 제주비엔날레 개최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작가가 참여하고 싶은 전시, 관객이 보고 싶은 전시를 충족하지 않는 비엔날레라면 차라리 그 예산을 도내 예술계에 나누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한편 제주도립미술관은 올해 제주도의회 심사를 거쳐 예산이 확보되면 내년 제4회 제주비엔날레 추진계획을 수립(12월)할 계획이다.

현재로선 제3회와 비슷한 시기인 내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개최 시기로 잡고 내년 1월엔 예술감독 모집 공고 및 선정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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