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정의 목요담론] 서귀포문화도시의 미래문화자산

[오수정의 목요담론] 서귀포문화도시의 미래문화자산
  • 입력 : 2023. 12.21(목)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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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갈 때마다 시간이 허락되면 인사동 거리를 걷는다. 그곳에 가면 '미래유산' 표식이 있는 노포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익히 미래유산에 대해 잘 알고 있던 터라 서울시민들의 기억을 훔쳐보고 싶은 감정이 앞서는데 그 이유가 있다. 또한 그곳 주인장의 자존심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매우 크다.

이곳을 거닐다 보면, 1913년생인 붓의 명가 '구하산방', 1934년생인 고서매매점 '통문관'을 비롯해 반세기를 훨씬 넘는 식당과 이용원, 다방, 살짝 전통이 가미된 옷 가게, 기념품점 들로 눈이 즐겁다. 건물 사이마다 넌지시 놓인 옛터 표지석과 전국 예술인들의 전시 공간까지 구도를 잡아본다면, 조선시대의 색채 위에 현대 예술인들의 다양한 기법이 가미돼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전시관에 있는 듯하다.

인사동은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거리인 만큼 미래유산이란 보전의 스펙트럼은 '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명품인 것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는 근현대 문화유산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미래유산'이란 명칭으로 현재까지 504건이 지정됐다. 그 대상은 동산, 부동산, 자연물을 비롯해 예술 활동까지 유·무형을 가리지 않는다.

서울의 미래유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화재와는 별개로 출발한다. 근현대를 살아온 삶의 모습이 담긴 기억을 미래에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키를 돌린다. 보존의 의무가 아닌, 보전의 역할로서 시민들의 자발적 관리를 통해 공통의 기억을 공유하는 데 우선했다. 향후 100년 뒤의 문화자산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서 말이다. 그리고 의무와 강요가 아닌, 보전과 전승은 어디까지나 소유자의 몫으로 남겼다. 결국은 자칫 사라질 수 있는 근대의 요소요소를 살리는 데 서울시민이 함께 노력하는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에서는 법정문화도시 서귀포시가 발 빠르게 근현대 시기의 유산들을 발굴하고 있다. 2021년부터 105개 마을의 노지문화인 고유한 유무형 문화자원에 대해 텃밭 조성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문화재, 향토유산이 아닌 미래의 문화유산으로서 '미래문화자산'이란 명칭으로 27개를 발굴했다. 앞으로도 독특한 자연환경 속에서 빚어낸 지역 노지문화에 대해 하나씩 줍는 과정을 묵묵히 해 나갈 것이다.

문제는 서귀포시 105개 마을주민들이 요구하는 미래문화자산에 대해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법정문화도시로서의 문화적 효과를 주민들에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이 시급해 보인다.

단순한 지원의 차원을 떠나 제도에 근거한 명패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마을이 갖는 기대 가치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마을 정체성을 인지하고 알리는 데서도 경제적 파급효과를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마을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만 해도 흡족해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자유로운 문화 누림과 경제로 이어지는 문화도시로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좀 더 발 빠른 행정의 지원이 필요하다. <오수정 제주여성가족연구원 경영지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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