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변화, 모두 함께할 때 시작됩니다” [신년기획]

“제주의 변화, 모두 함께할 때 시작됩니다” [신년기획]
[반짝반짝 제주연구소] (1)프롤로그
우리가 사는 제주 안, 시민들이 일으키는 변화 '주목'
지역사회 현안 풀어나갈 다양한 방안·대안 제시 기대
한라일보도 함께 머리 맞대며 '솔루션 저널리즘' 강화
  • 입력 : 2024. 01.02(화) 00:00  수정 : 2024. 01. 03(수) 09:17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난해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제주생활공론'에 참여한 시민들.

[한라일보] 관광의 섬 제주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고, 제주시 원도심을 찾는 발길을 늘리기 위해 공공디자인 변화를 고민한다. 지난해 제주에서 다양한 세대의 시민들이 모여 실천한 행동이다. 누가, 어떻게 시작했든 그 안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사는 제주가 더 살기 좋아지길 바라는 바람이다.

|쏟아지는 관광 폐기물… '순환' 고민

"한 번만 쓴 건데…" 이 짧은 말 속에 담긴 문제의식이 시작점이 됐다. 채아은(28) 씨가 참여했던 '한 번만 쓴 건데 캠페인'이다. 지난해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제주생활공론'으로 진행된 5개의 캠페인 중 하나였다. 제주생활공론은 주민들이 모여 일상 속 불편을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실천하는 공론의 장이다.

아은 씨를 포함해 모두 7명이 '환경'을 주제로 모였다. 팀 이름은 '다쓸'로 정했다. 모든 물건의 쓸모를 찾아주자는 뜻을 담았다.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이들이 주목한 문제는 도내 숙박업소에서 버려지는 물건이었다.

이유는 확실했다. 제주에서만 한 해 버려지는 관광 관련 폐기물이 6만7000여 톤에 달한다는 조사(2022년, 제주도 관광폐기물 실태 조사)가 있다. 이 중에서 무려 85%가 도내 숙박업소에서 쏟아져 나온다. 재활용할 수 있거나 한 번만 쓰고 버려지는 물품들의 '자원 순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채아은 씨를 포함한 '다쓸' 팀원들이 진행한 '한 번만 쓴 건데 캠페인' 홍보물.

'다쓸'이 캠페인을 진행한 숙박업소에 놓인 물놀이 용품 대여 일지.

팀이 짜이고 활동을 시작한 시기가 여름이라 물놀이 용품을 공유해 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때마침 팀원 한 명이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숙소 1곳에 더해 제주시 구좌읍 질그랭이거점센터 건물에 있는 숙소를 캠페인 장소로 정했다.

아은 씨는 "팀원 분이 운영하는 숙소에 기부 물품을 모아 놓고 필요한 사람이 쓰도록 하는 '도네이션 테이블'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것에 착안해 한 번 밖에 안 쓴 물놀이용품이 그냥 버려지지 않고 다시 쓰일 수 있도록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유 물품을 준비하는 거였다. 숙소 2곳에 묵었던 손님들에게는 쓸모가 없어진 물놀이용품을 기부 받았다. 이후 기부 물품을 숙소 한편에 정돈하고 대여 일지와 웰컴 카드, 메시지 카드를 직접 만들어 준비했다. 어떤 물품을 언제, 어떤 장소에서 샀고, 왜 떠나보내는지 등의 설명을 적도록 한 메시지 카드에는 자원순환의 취지를 재미있게 담았다. '부디 이 숙소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제주에서의 추억을 만들길 바라.' 숙소 앞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자원순환 숙소'라는 안내판을 내걸었다.

캠페인 진행 숙소 문 앞에 붙여진 '환경을 생각하는 자원순환 숙소' 안내판.

캠페인은 일주일 정도로 짧았지만, 효과는 반응으로 나타났다. 제주 여행 중에 썼던 물놀이용품을 버리고 갈까 고민했던 관광객들은 캠페인 취지에 공감해 물품을 기부했고, 물놀이 용품을 새로 사려던 이들은 불필요한 소비 없이 물건을 대여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을 냈다.

아은 씨 개인에게도 이번 캠페인은 특별한 경험이 됐다. 그는 "팀원들이 서로 너무 바쁘다 보니 밤 11시에 온라인 줌(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할지 의견을 나눴던 게 기억에 남는다"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의견부터 생각하는 방식, 방법까지 달랐던 다양한 세대가 모여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함께했다는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걷기 편한 원도심 위한 실험

제주시 원도심에선 대학생들의 실험이 진행됐다. '주민참여형 원도심 이동성 개선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다. 제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지난해 도민 의견을 수렴해 선정한 7가지 실행의제의 하나였는데, 이진규(23) 학생을 비롯한 제주한라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3학년 6명이 팀을 이뤘다. 이들은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의뢰를 받아 원도심 안에서 도민과 관광객이 안전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활동은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칠성로, 한짓골 등 골목골목을 누비며 문제를 살폈다. 지난 10월에는 한라대 같은 과 모든 학년이 원도심 일대를 조사하는 데 힘을 보태줬다. 기존에 설치돼 있던 안내판을 비롯해 전체적인 보행 환경과 통행에 방해되는 요소까지 꼼꼼히 파악했다.

이진규 학생은 "원도심 내 안내판을 살펴보니 현재의 위치가 표기돼 있지 않거나, 한글만 적혀 있어서 외국인은 알아볼 수 없는 것도 있었다"면서 "골목길에 설치돼 있는 안내판의 경우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아예 보이지 않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민참여형 원도심 이동성 개선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제주한라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과 이들이 직접 디자인해 제작한 원도심 안내판.

문제를 짚은 뒤에는 해결 방안을 고민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을 발휘해 '공공디자인'으로 해법을 찾아봤다. 이때 꼽은 키워드는 '중심', '순환', '조화'. 이를 반영한 도형, 이미지를 담아 사이니지 조형물, 가로등 안내판, 보행자 유도선 등 4가지 종류의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결과물은 현재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 설치돼 있다.

이진규 학생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예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원도심 거리를 어떻게 다시 활성화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며 "(개인적으로는) 학교 수업으로만 배웠던 내용을 실무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 두 사례에 담긴 것처럼 한라일보는 새해를 맞아 제주 안에서 시민들이 일으키는 다양한 변화에 주목한다. 모두의 힘으로 지역 현안을 풀어나가는 움직임을 잇기 위해서다. 그 변화에 한라일보도 함께한다. 환경과 안전, 문화 등을 주제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행동에 힘을 모은다.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해결까지 시도하는 '솔루션 저널리즘' 강화의 시작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이         름 이   메   일
523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