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목욕탕·포구·기념비… 서귀포의 오랜 기억 이곳에 [휴플러스]

옛 목욕탕·포구·기념비… 서귀포의 오랜 기억 이곳에 [휴플러스]
2021~2022년 선정 서귀포 미래문화자산 10건
  • 입력 : 2024. 01.12(금) 00:00  수정 : 2024. 01. 14(일) 18:07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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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1971년부터 2016년까지 50년 가까이 영업했던 서귀포 도심의 한 목욕탕. 서귀포 사람들은 그곳에서 목욕을 마친 뒤 주변에서 이발을 하고 영화 관람이나 쇼핑을 했다. 목욕탕을 중심으로 문화 생활을 누렸던 셈이다. 세찬 세월의 변화를 타고 본래의 쓰임새를 잃었던 목욕탕은 오늘날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할머니가 꾸렸던 목욕탕의 기억을 이으며 손자가 새롭게 탄생시켰다.

공동 수도·4H 표지석·조난 추도비·상천분교…
선정 배경 등 자그만 표지판 설치해 가치 공유


이곳에 가면 자그만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옛 온천탕'이란 명칭 아래 '45년 역사의 원도심 목욕탕, 복합문화공간으로'라는 짤막한 문구를 새겼다. 이 표지판은 서귀포시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가 '서귀포 미래문화자산'을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 2021년과 2022년에 선정된 10건의 자연·생활문화 분야 미래문화자산이 있는 곳에 지난 연말 차례로 설치했다. 2023년에 뽑은 미래문화자산 17건은 올해 추가로 표지판을 세운다.

옛 온천탕 사진=서귀포시 문화도시센터 제공

의귀리 창새미소

네커리 폭낭

서귀포 미래문화자산은 국가·제주특별자치도(행정시 포함)의 문화재·기념물·향토유산 등으로 지정 또는 등록되지 않았지만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가치가 있는 서귀포시 105개 마을 내 원형이 보존된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발굴하기 위해 추진됐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는 미래문화자산에 대해 "서귀포 사람들의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감성과 공간, 자연, 인물, 신화, 가게, 골목길, 기술, 음식, 서적, 옷, 옛 이야기 등 서귀포 노지(露地) 문화의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표지판이 설치된 미래문화자산은 선정 순서대로 '네커리 폭낭과 공동 수도'(남원읍 신례리), '망장포'(남원읍 하례리), '옛 온천탕'(서귀동), '지장샘'(동홍동), '서귀포시 4-H 표지석 30기'(서귀포시 전역), '의귀리 창새미소'(남원읍 의귀리), '의귀리 생이물'(의귀리), '포경선 조난 추도비'(서홍동), '서호 수도기념비'(서호동), '상천분교'(안덕면 상천리)다. 쉼팡과 공동 수도가 있던 마을 중심지에서 문 닫은 학교까지, 서귀포시 동부에서 서부까지 퍼져 있다.

망장포

서호 수도기념비

서귀포시 4-H 표지석 30기

포경선 조난 추도비

이 같은 미래문화자산 선정은 소유자 동의, 현장 답사와 심사 등을 거치는데 전문가 참여만이 아니라 해당 마을 사람들의 추천이 다수였다. "마을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자신의 위치를 설명할 때 기준이 되는 마을의 상징 나무"(네커리 폭낭), "옛 느낌이 잘 남아 있는 자연의 고즈넉한 분위기"(망장포), "소중한 농업문화유산 4-H 운동을 상징했던 표지석"(4-H 표지석 30기), "하천 정비로 원형을 잃은 지 오래지만 이것마저 사라지면 안 된다"(의귀리 창새미소), "제주도민이 고래잡이에 동원됐음을 알리는 자산"(포경선 조난 추도비), "마을공동체 정신을 기리고자 한다"(서호 수도기념비), "힘들었던 시절에도 미래세대를 위한 신념과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다"(상천분교) 등 시민들의 제안 사유가 눈길을 끈다.

상천분교

의귀리 생이물

지장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긴 어렵지만 긴 시간을 함께 건너온 유산들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행·재정적 지원 등 직접적인 혜택은 발생하지 않지만 이들 마을에서는 현재를 넘어 먼 훗날까지 잊히지 않는 공동체 유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미래문화자산 사업에 참여했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는 '문화도시 서귀포' 홈페이지 개편에 맞춰 미래문화자산을 온라인으로도 만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미래문화자산 캐릭터 등을 활용해 그 의미를 확산하는 작업도 이어간다. 또한 미래문화자산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마을을 정해 투어 프로그램을 펼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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