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50)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50)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 입력 : 2024. 01.16(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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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삽화=써머



이런 경험들은 있을 테지요. 달이 밝다고, 첫눈이 온다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준 일. 반대로 그런 전화나 문자를 받은 일. 일상적이고 사소한 사실이 언어로 옮겨지면 예쁜 말이 되고 단정한 마음새가 드러나는 예는 흔히 있습니다. 당신의 억양이 실리면 그 말이 다르게 들리고, 당신의 몸짓과 행동이 떠오르면 말은 들리지 않기도 하지요. 말과 거리가 멀어질수록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는 경우라면 말이 단순화되고 아담해질 때 되레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일과 닮았고요. 나이 들면 그런 일이 없다시피 하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도 아무렇지 않은 말에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일은 일어납니다. 가수의 노래는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전주가 울리자마자 바로 눈물 떨어뜨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요. 혹자의 정서나 현재의 감정에 차이가 있고 각자 듣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니까 평균 잡아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마음이 그렇게 아주 다를 수는 없는 거지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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