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우리는 소멸하고 있는가?

[문만석의 한라칼럼] 우리는 소멸하고 있는가?
  • 입력 : 2025. 01.07(화) 03: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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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저출생과 고령화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980년에 2명대가 무너진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3년 0.72명으로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저출생은 노동 인구 감소·경제 성장 둔화·사회적 연대 약화를 초래하고, 고령화는 의료비 증가·연금 제도의 부담·노인 돌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단순히 인구 감소를 넘어 지역 사회와 국가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지방 소멸 위험지수'는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 대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이 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기에 처한 기초자치단체는 89곳에 이른다.

지역이 여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고, 인구 감소가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결국 소멸해야 하는 운명을 안고 있는 것일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지금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소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처음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일본에서는 최근 '지방 창생'이라는 긍정적 용어로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소멸을 막고 창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용어만이 아니라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출생률을 높이는 정책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적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전통적인 출산 장려 정책 대신 가족의 다양한 형태를 포용하고, 양육과 돌봄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시스템 속에서 무상 보육 확대, 유연 근무제 강화, 양육비 지원 등을 통해 아이를 키우는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년층의 경험과 지식을 지역 사회와 경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재취업, 창업 지원, 세대 간 멘토링 프로그램 등이 강화돼야 한다. 노년층은 단순히 돌봄과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사회적 자원으로 재평가돼야 한다. 지역 고유의 자원을 활용해 경제적·문화적 활력을 되찾는 '지역 재생'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역 청년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지원과 일자리 정책을 강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 소멸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이해와 연대를 강화해 공동체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 면에서 지역과 지역 주민은 문제의 중심이자 해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지역 소멸의 위기를 사람 중심의 정책과 지역 중심의 해결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역에 발붙이고 사는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의 정체성과 강점을 살리는 전략을 마련한다면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소멸이냐 창생이냐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린 문제이고, 소멸의 위기를 창생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그곳에 사는 우리에게 있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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