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진다. 실제 눈도 많이 내렸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한파와 잦은 눈 날씨가 이어졌다. 올 1월 26일부터 30일까지 설 연휴와 2월 3일부터 10일까지, 18일부터 24일까지 두 차례의 한파로 인한 폭설이 있었다. 한파는 때가 되면 눈 녹듯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12·3 계엄의 한파는 우리 국민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충격'으로 남아 있다. 대통령을 잘못 뽑은 탓에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격의 추락은 물론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갈라치기로 온 나라는 두 쪽으로 나뉘었다.
봄이 오는 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듯이 기나긴 겨울이 끝나면 봄이 찾아오는데 아직이다.
어설픈 정권이 종막을 고할 때가 됐다. 헌법재판소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어찌 보면 한 총리도 탄핵감이었다. 무능한 대통령이었지만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 스스로 물러났어야 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의 역할도 낙제점이었다. 대통령을 대신해 국난 수준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40년 넘는 공직 생활 동안 정부 부처의 주요 보직을 모두 거치면서 행정의 달인이라는 평가가 무색해졌다.
한 총리의 탄핵소추 기각은 조만간 나오게 될 대통령 탄핵 선고로 인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또 다른 논란의 중심에 선 최상목 대행의 대행도 끝내야 하기에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역사의 죄인으로 남아선 안된다. 과오는 한시라도 빨리 씻어내도록 해야 한다.
나라는 만신창이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실종됐고, 나라를 정상적으로 이끌어 갈 인물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결정만 남아 있지만 조기 대선으로 치러야 하는 정치권은 들썩거리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감'은 없어 보인다. 국민들이 힘들든 말든 개의치 않고 정쟁으로 날을 새고 있다. 무법천지나 다름없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다 해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끝 간 데 없는 분열의 시대가 이어지고, 힘든 시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열흘 뒤면 제77주년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게 된다. 4·3 추념식 때가 되면 꽃비가 내린다. 기온 등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추념식을 전후해 벚꽃이 만발하기 때문이다. 벚꽃이 질 때면 동백꽃도 떨어진다. 대략 11월 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2~3월에 만발하는 편이다. 동백꽃은 4·3의 상징이다. 4·3의 영혼들이 붉은 동백꽃처럼 차가운 땅으로 소리 없이 스러져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4·3의 정신은 화해와 상생이다. 고난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만큼 화해와 상생으로 함께 가야 할 때가 됐다. 그 출발점은 제주 4·3이다.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탄핵이라는 굴곡을 지나면 완연한 봄은 우리 곁에 와 있겠지. <조상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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