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네즈미술관에 소장된 운흥사 종. 최근 제주목 관아 종 고증 학술 용역에서 1850년부터 1916년까지 제주목 관아 외대문 밖에 걸렸던 종으로 확인됐다. 제주도 제공
[한라일보] 1850년부터 1916년까지 제주목 관아 외대문 밖에 걸렸던 종이 현재 일본 도쿄 네즈미술관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종은 애초 경남 고성 운흥사에서 주조된 것으로 이를 복원해 활용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의뢰로 진행된 제주역사문화진흥원의 '제주목 관아 종 복원 고증 학술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복원된 제주목 관아 외대문(탐라포정사)은 조선 시대 종이 매달려 있는 종루 역할을 했던 건물이다. 2002년 제주목 관아가 준공되면서 외대문 등 대부분의 전각들이 복원됐으나 종은 지금까지 옛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용역에서는 옛 문헌 검토와 현장 조사를 통해 도쿄 네즈미술관에 소장된 운흥사 종이 1916년 12월 일본인에 의해 철거된 제주영(현재 제주목 관아) 외대문 종임을 확인했다. 도쿄대 소장 '탐라지'의 문헌 기록과 운흥사 종에 새겨진 명문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1690년 운흥사에서 주조한 종은 1850년 무렵엔 전남 해남 미황사에 있었다. 다만 관련 자료의 부재로 운흥사 종이 미황사로 이송된 시점과 경위는 미상이다. 제주목사 장인식은 "탐라와 같은 고도(古都)에 종이 없으면 안 된다"며 1850년 장석좌(만호)를 미황사로 보내 900냥이란 거금으로 이 종을 사들여 외대문 앞 종각에 매달았다.
종의 규모는 무게 500근(300kg), 길이 2척(92cm), 둘레 5척 3촌(243.8cm), 두께 1촌 3분(5.98cm)으로 추정된다. 이 종은 1917년 이후 일본인에 의해 일본으로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1850년 이전에는 제주 묘련사(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추정)에서 주조한 종이 외대문 2층 누각에 설치됐다. 묘련사의 옛 종은 쇠로 만든 철종으로 이의식 목사 시절인 1847년 파손돼 쓸모없게 되자 녹여서 군기 등을 제조했다. 이형상 목사 때 제작된 탐라순력도(1703년)에 나오는 종 그림도 묘련사 종으로 봤다. 외대문 종루 창건(1437년) 시기부터 약 500년간 지속했던 제주목 관아의 종은 아침저녁으로 쳐서 시각을 알리는 용도와 함께 성문을 여닫는 신호로 쓰였다.
연구진은 이런 연구 결과를 제시한 뒤 "최초에 설치된 묘련사 옛 종은 상고가 불가능해 운흥사에서 주조한 종을 복원하는 것이 차선의 방책"이라며 "네즈미술관에 전시 중인 종의 실물을 최대한 복제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이어 "복원 종은 비교적 작은 규모여서 현 외대문 2층에 매달고 산지천 탐라문화광장에는 새로운 종각을 건립해 대종을 설치하자"며 "삼일절, 광복절 등 국경일이나 4·3국가기념일, 제야의 종 등 정기 타종일을 정해 제주 사회의 일체감 조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한편 원도심 야간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