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택의 한라칼럼] 길 위에서 선한 이름을 만나다

[문영택의 한라칼럼] 길 위에서 선한 이름을 만나다
  • 입력 : 2025. 04.01(화) 02: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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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이 말은 선한 이름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선인들의 유언일 게다. 최근에 조성된 환경 중에 선한 이름이 깃든 도로명 등을 '2024 도로명 길라잡이'를 참조하며 모아봤다. 반갑게 만난 제주지역의 30여 개의 인명 도로명들은 '헌마공신 김만일로·월계(진국태)로·천덕로·만덕로·추사로·김대건신부로·승천(의병장)로·소암(서예가)로·맥그린치(이시돌목장 창설 신부)로·김정(재일동포)문화로·이중섭로·정석항공로·고태문(호국영웅)로·강승우로·김문성로·한규택로·고상돈(산악인)로·오희준로·명도암(향현 김진용)길·홍랑(홍윤애)길·김광종길·이일옥(재일동포)길 등이다. 유사한 도로명으로는 정의현감 등이 다니던 원님로·오현길·공덕길 등이 있다.

김광종로는 안덕면 월라봉 서쪽 계곡(황개창) 가에 조성된 길이다. 1830년대 주민들과 함께 수로를 내 5만여 평의 논밭을 일군 '논하르방 김광종'을 기리는 공덕비는 최근 향토유산으로 지정됐다.

애월읍에 있는 천덕로의 주인공 김천덕은 사노인 지아비가 탄 진상선의 침몰로 과부가 된다. 남정네들이 재색을 겸비한 그녀를 아내나 첩으로 삼으려 하나, 남편의 3년상과 제사는 물론 시부모를 지성으로 섬기며 목숨 걸고 정절을 지킨다. 이를 조선의 문호 임제가 부친인 임진 목사를 뵈러 제주에 와서 듣고는 '김천덕전'을 지으니, 천덕의 수절과 효행이 조정에 전해졌다. 1577년 내려진 김천덕 정려 관련 비석은 지금 곽지리 바닷가에 있다.

건입동에 있는 공덕로는 공덕의 주인공 이름을 넣은 '고서흥 공덕로'로, 만덕로는 '은광연세 만덕로'로 개명하면 어떨까. 은혜로운 빛이 세상을 밝힌다는 뜻인 은광연세(恩光衍世)는 추사가 만덕 할망 제사를 모시는 후손(김종주)에게 써준 편액 글로 향토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제주의 1만8000신 중에서 지아비 소로소천국을 찾아 서울에서 달려온 데서 비롯된 금백조로는 옛 정의현에 있다. 옥황의 아들 문도령에게 먼저 사랑고백을 한 자청비 신화의 거리가 제주시에 있다면, 성산읍 난산리에는 '오흥태 정류소'라는 비사(秘史)의 거리가 있다. 향토유산으로 지정된 오흥태 의사의 정려비는 정조의 명으로 심낙수 목사가 지은 글이다. 대왕께서는 '이인좌 난'을 진압하려 창의격문을 짓고 결사대를 모은'정의현 오흥태의 충성심과 의로운 기상을 표창하지 아니한 것은 실로 흠 되는 일이다'라며 오흥태의 정려를 세우되 의사(義士)라 칭하라고 제주목사에게 명했다.

인명이 실린 도로명을 더 많이 제주 도처에서 만날 수 있길 기원한다, 선한 이름이 많이 회자될수록 우리네 삶의 환경도 좋아지기에 하는 말이다. 자연환경 역시 인문환경에서 비롯됨이 세상의 이치이다. 좋은 인문환경 중 하나가 선한 이름이 깃든 도로명 등을 자주 만나는 일이리라. <문영택 귤림서원 전 원장·질래토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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