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의 백록담] 바가지요금이 추잡한 이유

[김성훈의 백록담] 바가지요금이 추잡한 이유
  • 입력 : 2025. 04.07(월) 06: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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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잠시 조용하나 싶더니 또 터져 나왔다. 바가지요금 논란이다. 얼마 전 열렸던 벚꽃축제장에서의 음식가격을 놓고 많은 이들이 쓴소리를 했다. '순대 6조각에 2만5000원, 오케이'라고 꼬집었다. 비상식적 가격을 지적하는 후기가 SNS를 통해 퍼지며 제주 평판이 또 나빠졌다.

지난해 제주관광은 이른바 '비계삼겹살'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제주는 비싸다'는 인식은 곧 제주 외면으로 이어졌다. "제주에 갈 거면 일본 간다"는 말이 인터넷을 통해 회자됐다. 실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기 시작했고 해가 바뀐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제주 토박이인 기자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물가, 특히 음식값이 바가지 수준이라 꼬집을 때 한편으론 고개를 갸웃한다. "제주에도 가성비 좋은 착한가게 많은데 왜 비싸다고만 할까"라고. 그런데 그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얼마 전 TV를 보던 중 제주 물가와 다른 지방 물가를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물가비교에 기본인 자장면은 물론 칼국수와 삼겹살 등 사람들이 쉽게 찾는 메뉴를 중심으로 비교 조사된 화면이 흘러나왔다. 결론을 말하면 제주, 모든 게 비쌌다. 그것도 아주 많이. 관광객 입장에선 자신이 사는 곳과 비교되는 제주의 고물가에 놀랄 수밖에 없을 터라 때론 '바가지'라고 분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제주관광, 예전 같지 않다. 아무리 비수기라도 '월 100만명'은 거뜬했다. 관광업계가 '죽네사네' 해도 총량적으론 월 100만명이 넘는 내국인이 제주를 찾았다. 그런데 그게 딱 2023년까지다. 지난 한 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186만명으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22년 1380만명이었고 2023년은 1266만명이었다. 2년 새 무려 200만명 가까이 줄었다. 올 들어선 감소세가 더 가팔라졌다. 1월 한달 86만명에 이어 2월은 고작 71만명에 그쳤다. 월 기준 전년 대비 각각 9%, 21% 감소한 수치다.

제주 인기 하락엔 '고물가'가 한몫하는 게 사실이다. 비용적 매력이 떨어지면서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가까운 하늘길이 북새통이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한국인은 무려 2872만명이다. 제주행의 거의 3배 수준이다. 특히 일본행이 제주와 큰 차이없는 860만명으로 집계됐다. "제주 갈 거면 일본 간다"게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통계치다.

다른 문화와 풍경, 인간관계를 경험하려, 자신의 관심사와 욕구에 따라 여행지는 다양하게 선택된다. 시간과 비용문제도 중요 고려사항이다. 근교를 가든, 제주를 꼽든, 해외를 선택하든 여행은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런데 여행지에서 불쾌한 경험을 한다면….

'바가지요금'은 제주 이미지 추락의 주범 중 하나다. '고물가'는 경제 구조적 문제이지만 '바가지'는 일탈인 욕심의 범주다. 여행자에게 불쾌감을 주고 그래서 시장에 큰 폐를 끼친다. 제주도가 '바가지요금'을 겨냥했다는 소식이다. '갈치구이'를 콕 짚어 벼르고 있단다. 행정의 의욕을 기대해 본다. <김성훈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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