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는 위성곤 제주지사. 강희만 기자.
[한라일보] 위성곤 제주지사 공약인 재활용품 상시 배출제 전환이 내부 이견으로 마지막 추진 동력까지 상실할 상황에 처했다. 요일별 배출제를 상시 배출로 전환해 시범 운영하는 계획이 무산된 데 이어, 앞으로 추진하는 연구 용역에서도 상시 배출제 전환은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위 지사는 16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민선 9기 도정이 상시 배출제 시범 운영과 연구 용역 결과를 보고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최종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로 한 것은 공약 후퇴가 아니냐'는 질문에 "선거 기간 (요일별 배출제) 폐지를 공약했다"면서도 "그러나 실제 도정을 운영하며 의견을 수렴했더니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다"고 답했다. 이어 "상시 배출제 시범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동 지역도 없는 상황이다. 용역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최대한 공약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위 지사는 선거 당시 요일별 배출제가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전면 폐지해 요일에 상관없이 모든 재활용품을 상시 분리 배출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 도 환경부서가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인수위원회는 민선 9기 100대 정책 과제에서 '폐지'라는 단어를 빼고 '재활용품 배출체계 혁신'으로 용어를 대체했다. 단 이행 계획에는 '상시 배출체계 마련'을 명시해 공약 이행 의지를 드러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제주도는 오는 10월부터 동 지역에서 상시 배출제를 2~3개월 간 시범 운영해 효과와 주민 수용성을 검증하는 한편, 연구 용역도 함께 진행해 제도를 아예 폐지할지, 기본 골격은 유지한 채 개선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시범 운영과 연구 용역으로 짜여진 이른바 투트랙 계획이다.
그러나 도는 상시 배출제에 참여하겠다는 동 지역이 없자 최근 의회에 출석해 시범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투 트랙의 한 축이 사라졌지만 이날 위 지사는 남은 한 축인 용역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또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아직 철회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밝혔다
그러나 도 환경부서는 10분 만에 이를 뒤집는 듯한 방침을 공개했다. 도 환경부서는 간담회 직후 도청 기자실을 방문해 "연구 용역 과업지시서에 상시 배출제 전환 검토는넣지 않는 것으로 내부 결정했다"며 "품목 단순화 등 개선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업지시서는 발주기관이 용역계약 수행 기관에게 해야할 일의 범위와 요구 사항을 정리한 문서를 말한다. 이 관계자는 '과업지시서에 상시 배출제 전환 검토를 넣지 않겠다는 건 결국 공약이 철회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즉답을 피했다. 단 이 관계자는 이번 부서 내부 방침이 아직 도지사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며 보고 단계에서 위 지사 지시에 따라 변경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자체장 공약과 관련이 있는 부서 내부 방침이 지사에게 보고되기도 전에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상시 배출제 전환을 둘러싼 위 지사와 환경·쓰레기 담당 공무원 간 이견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환경·쓰레기 담당 공무원 대다수는 재활용품 상시 배출제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 운영이 무산된 것도 상시 배출제 전환 시 늘어나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업무 부담 가중과 민원 발생 우려가 높다는 동 지역 담당자들의 부정적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요일별 배출제는 각 가정이 생활쓰레기를 종이류, 병류, 플라스틱류, 비닐류, 캔·고철류, 스티로폼, 불연성 쓰레기로 구분해 요일별로 1∼3회씩 배출하는 제도다.
종량제봉투를 사용하는 가연성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는 매일 배출할 수 있지만 재활용품은 허용된 요일에만 배출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배출 시간도 오후 3시부터 오전 4시 사이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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