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난 사람](50)해안도로 가꾸는 임규원 할아버지

[토요일에 만난 사람](50)해안도로 가꾸는 임규원 할아버지
"해안도로 관광명소 됐으면"
  • 입력 : 2007. 07.14(토) 00:00
  • /최태경기자 tkchoi@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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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원 옹(85)은 10여년 가까이 용담 해안도로변에 문주란 등을 심으며 또다른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문주란·소철 등 10년간 심어…"꽃·바다 보며 쉬다 가면 그만"

 해안도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에서 자연을 만끽하고픈 관광객들이 발길을 멈추는 것은 아마도 당연한 이치가 아닐까. 또 아침 저녁으로 걷고 뛰는 이곳 주민들에게 해안도로는 삶의 일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잠시 자연에 몸을 맡기고 쉬고 있는 사이에도 다른 한 사람은 이들을 위해 '또다른 자연 만들기'로 분주하다.

 임규원 할아버지(85)는 지난 1997년부터 지금까지 10여년간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변에서 화단을 조성해 오고 있다.

 "운동을 다니면서 '말만 해안도로지 너무 볼품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관광객들과 운동하는 주민들을 위해 꽃이라도 심어서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아침 저녁으로 나와 틈틈이 꽃씨를 뿌리고 꽃을 옮겨 심는 일을 한 결과, 해안도로변 4km 구간에 10개의 화단이 완성됐다.

 문주란, 소철, 용설란, 가나리아야자 등 3백76본의 꽃들이 용두암 해안도로변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것이다. 임 할아버지는 '사계절 꽃피는 해안도로'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계절별로 개화하는 20여 종의 꽃을 선정해서 시범적으로 식재했는데 바람과 해수 등 해안도로 특유의 기후조건으로 대부분 고사했기 때문이다.

 임 할아버지는 주변의 화훼전문가들의 자문을 얻고 해안도로의 기후도 자체 분석했다. 바람과 해수의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꽃 주변에 돌담을 쌓기도 하고, 여름철이면 집에서 차를 이용해 직접 물을 공수해 오기도 했다. 할아버지의 이러한 열정과 노력 끝에 내한성이 강하고 해안의 기후에 잘 살아남은 문주란과 소철 등으로 해안도로변 화단이 완성된 것이다.

 임 할아버지는 용담동 해안도로와 자신이 만든 화단이 제주의 이색 명소가 되길 바란다.

 "지금은 군데군데 소규모로 화단이 형성됐지만 앞으로 더 많이 심어서 문주란 군락지가 형성됐으면 합니다. 또 문주란을 캐가는 관광객들도 있는데 그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느꼈으면 합니다."

 임 할아버지는 오늘도 우리들에게 자연을 선물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임 할아버지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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