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각막 외상 열전(列傳)

[김연덕의 건강&생활] 각막 외상 열전(列傳)
  • 입력 : 2020. 10.21(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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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 진료를 보다 보면 하루에 몇 번씩 다양한 경우의 각막 외상 환자를 만난다. 각막은 검은 눈동자 부분에 있는 가장 바깥쪽 안구의 표면이다. 외부와 맞닿아 있어 쉽게 손상될 수 있는 부위다. 흔히 볼 수 있는 외상성 각막질환으로는 각막 이물, 각막 상피 찰과상, 외상 후 반복 각막 짓무름, 화학적 손상, 각막 열상이 있다.

▶각막 이물="쇠를 깎다 눈에 튀었어요." "벌초하다 눈에 뭐가 들어갔어요." 이런 사고가 일어나면 대개는 각막에 쇳가루나 돌가루 같은 게 박힌다. 특히 쇳가루가 박히면 하루만 지나도 눈물 때문에 녹이 생겨, 주사 바늘 끝으로 녹이 침투한 조직을 긁어내야 하는 일도 종종 있다. 세균 감염이 동반되면 조직을 제거한 뒤 항생제 안약을 쓴다. 이런 각막염이 생긴 뒤에는 흉터가 남는다.

▶각막 상피 찰과상 및 외상 후 반복 각막 짓무름="고사리를 꺾으려다 눈을 찔렸어요." "귤을 따다 나뭇가지에 다쳤어요." 각막 상피에 비교적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 경우다. 상피는 비교적 쉽게 재생이 되기 때문에 감염만 없으면 수월히 회복된다. 그러나 나뭇가지에 의한 손상의 경우, 드물게 곰팡이에 감염돼 치료가 어려워지기도 하니, 가벼운 사고라고 혼자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 병원에서 처치를 받아야 한다. 외상 후 재생된 각막상피는 부착력이 약해져 작은 자극에도 다시 쉽게 벗겨지고, 아침에 눈을 뜰 때 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반복 각막 짓무름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이때는 처방에 따라 자기 전에 안연고를 사용하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 재발을 막는다.

▶화학적 손상="빨래하는데 락스가 튀었어요." "청소하다 배관 세척제가 들어갔어요." 화학적 손상은 크게 산에 의한 손상과 알칼리에 의한 손상으로 나뉜다. 황산, 질산, 초산 등 산성 물질의 경우에는 산성도가 높을수록 심한 손상을 입게 된다. 사고 당시에 바로 단백질이 응고되기 때문에 손상이 깊이 들어가기보다는 안구 표면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암모니아, 양잿물, 염화칼륨, 염화마그네슘, 석회 등과 같은 알칼리에 의한 손상은 조직 내 깊이 침투하여, 산에 의한 손상보다 오히려 예후가 좋지 않다.

▶각막 열상= "낚시하다 바늘에 찔렸어요." "넘어졌는데 눈이 찍혔어요." 각막이 전층으로 찢어져 급히 봉합해야 하는 경우다. 각막을 꿰매면 난시가 심해지거나 흉터가 생겨 시력이 많이 떨어진다. 전층으로 찢어지지 않고 전방수가 새어 나오지 않을 때는 치료용 콘택트렌즈와 항생제 안약만으로 처치하기도 한다.

이런 안과적 외상은 찰나의 상황에 발생하기 때문에, 공사장이나 과수원에서 작업할 때에는 불편하더라도 작업용 보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필수다.

한편, 화장실 청소나 빨래 같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보호장구를 챙기는 것은 쉽지 않지만, 사고는 예기치 못할 때 일어나니 방어적인 태도로 안전을 기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럼에도 사고가 나면, 곧바로 물로 씻어내고 빠른 시간 안에 가까운 전문 병원을 방문하길 권한다. 우리나라는 1차 진료 기관에 전문의가 포진한 세계적으로도 드문 선진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아주는 곳이 동네 전문 병원임을 잊지 말자.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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