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타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

[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타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
  • 입력 : 2021. 01.06(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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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인구의 복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국내외 전문가 컨설팅 과정을 거쳐… 향후 자연적으로 인구가 감소할 것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을 얻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노령인구의 증가를 애당초 차단하는 정책을 입법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시간적 배경은 2035년, 공간적 배경은 스톤 인터내셔널 글로벌기업 내 인사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으로 최근에 독서코칭 했던 '타인의 미래.최해수'의 내용이다.

소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업 내 인원 감축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크리스털'이 발효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생산직 근로자 37% 해고와 그에 따른 당기순이익 220% 신장. 덕분에 남겨진 자들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의 사상 최대치 기록에 동료들끼리 서로 배척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야기되는 사건들로 인해 끝내는 안락사로 이어지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다.

AI가 일상화된 시공간적 배경 속에서 근로자 문제, 자녀교육 문제, 고령화사회 문제, 직장 내 문제와 가족 이야기 등으로 이어지는데 소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게 장례앱 출시다. 2년 만에 78%가 앱으로 장례를 치르는데 스마트 밴드 속에서는 조문객들로 인해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장례식장엔 상주 혼자 쓸쓸하게 주검을 지키며 훌쩍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마트밴드가 사람의 감정을 읽고 반응할 내용을 알려주며, 소주에 곱창 세 점을 먹으면 건강 경고음이 울리는 세계다.

개인정보국 데이터센터에서는 전 국민의 출생부터 현재까지 모든 이미지와 음성, 동영상이 저장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관계하고 있는 모든 인간관계의 이미지, 텍스트, 음성데이터 역시 누적되어 있다. AI가 직장을 해고 통지하고, 생산력이 없는 존재는 안락사로 이어진다. 그 사회의 '애국'이 '죽음'인 '훈장'을 받으면 막대한 보험금이 유족들에게 지급되고, 부모의 죽음을 담보로 아이들은 최첨단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 교육을 받으며 자라나는 게 당연시되는, 자본주의의 술수가 제도적 시스템으로 뒷받침된 사회다. AI가 각 개인의 시점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기록, 관찰하며 사회구조조정을 완료하듯 시종일관 무표정한 작가의 시선 처리능력도 감탄할 만했다.

하지만 현실은 설상가상으로 돌림병 시절이라 존엄사가 애국이 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AI에게 구조조정 업무를 맡길 필요도 없다. 자연재해에 의한 '프로젝트 코로나'가 AI보다 먼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소설과 달리 정부는 3조원의 예산을 풀었다. 온 국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로 '자연적 죽음'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적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민주사회 국민들의 존중 돼져야 할 태도가 각기 다를 뿐이다.

과거 산업혁명에 의한 모든 문제가 잉여의 분배에 따른 '사회적 죽음'에 있었다면 앞으로 다뤄져야 할 제반의 문제는 '인류 개개인의 자연적 삶으로의 복귀'일 것이다. 개인적 삶의 태도를 바꾸고자 마음의 온도를 높여 세상을 바라본다. 축복의 인사말조차 껄끄러운, 괜히 웃으려 들었다가 블랙코미디가 돼버리는 새해다. <고춘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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