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처럼 살아온 사람들의 말과 풍경 예찬

바다처럼 살아온 사람들의 말과 풍경 예찬
델문도뮤지엄 6월 한 달
  • 입력 : 2021. 06.09(수)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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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 달 동안 제주시 델문도뮤지엄에서 이진경 작품전 '오늘'이 열리고 있다.진선희기자

이진경의 ‘오늘’ 주제전
회화·특유 서체 작품 등
‘우리’를 꿈꾸는 이야기


언젠가 작가는 제주도를 말하며 '이어도' 이야길 꺼냈다. "모질고 궂은 날들을 기어이 살 수 있는 것은 이어도를 부르며 꿈꾸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그래, 멈추지 않는 것이다." 제주민요가 흐르던 '이여도허라' 등 제주에서 몇 차례 전시를 열었고 '고지도 탐구 프로젝트' 등 제주 소재 작업을 이어온 이진경 작가가 델문도 뮤지엄에서 6월 한 달 동안 개인전을 펼치고 있다.

이 전시에는 전작을 포함 작가 특유의 한글 서체인 '이진경체'와 오브제 등을 활용한 그림이 한데 어울려 걸렸다. 그림 사이사이 발길을 멈추게 하는 글귀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대 아직 살아 있는가',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 '머무름없이', '지금' 등 오늘날 제주를 환기시킨다.

전시장 입구엔 4·3을 나타내는 표제어가 나열된 '글씨그림'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다'에서 '평화의 섬'까지 다다른 그 지난한 세월을 작가는 붉은 산의 형상과 이웃한 화면 안에 한글 문자로 촘촘히 기록했다.

그래서 작가는 그 시간을 견디며 푸르른 바다처럼 살아온 사람들의 말과 풍경에 애정을 보낸다. 간장, 밥, 김치, 해삼, 소라, 수박, 참외, 꽃들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그것들은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봄'이다.

이번 전시는 '오늘'이란 이름이 달렸다. '삼발이'로 불리는 방파제 테트라포드 이미지 아래에 놓인 '오늘' 속 그것이 개발의 상징물이 아닌 거친 파도와 같은 충격을 흡수해주는 안전 시설이 될 수 있을까. 이 작가는 전시장을 찾는 이들을 위해 이런 글을 써놓았다. "오늘이 오늘이소서. 매일이 오늘이소서. 새지도 저물지도 말으시고 새려면 언제나 늘 오늘이소서."

지난해 제5회 고암미술상을 수상한 작가는 그동안 여러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금호미술관, 도쿄 현대미술관, 서울 예술의전당, 성곡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북도립미술관 등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졌다. 지금은 강원도 홍천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델문도 뮤지엄 주소는 제주시 연삼로 316, 2층. 연락처 75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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