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 이 한 권의 책을] (10)어디서 살 것인가

[북클럽에서 이 한 권의 책을] (10)어디서 살 것인가
건축과 공간 읽기… 우리는 지금 어떤 공간에 살고 있나요
  • 입력 : 2021. 12.30(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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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란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과 산방독서회 고희정, 양권일(왼쪽부터)씨가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삶의 공간에 대한 방향 나눠
창의적 아이로 키우는 비결
그 해답은 주택이라고 강조
더 좋은 도시를 만드는 전략
의미 있는 건축물 보존 제시

건축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을 두루 맛볼 수 있다. 전문적 용어의 사용은 최소화되고,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흥미로운 저자의 시선도 가득 담겨있다. 건축과 공간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고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여러 예시를 통해 이끌어준다. <유현준 저, 출판사 을유문화사>





▶대담자

▷손혜란 :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고희정 : 산방독서회 총무 독서회 활동 20년

▷양권일 : '귤낭바띠' 농장 운영



▷손혜란(이하 손):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고희정(이하 고): 유현준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서였다. '어디서 살 것인가'는 2019년도에 읽었다. 이번 독서 대담을 통해 다시 읽으면서 생활 속 건축과 건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1장에서 학교와 교도소와 비교한 글을 보고 지금까지는 당연하다고 느끼고 생활을 했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결혼하고 경기도에서 2년을 살았고 아들이 사는 서울에 자주 다니게 되었는데, 백화점보다는 숲이 있는 곳을 자주 찾아가고 있다. 제주에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고 직장도 늘 마당이 있었다. 나는 자연의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내 주변을 바라보면서 책에서 말한 것처럼 천정의 높이 밥상머리 교육 등 내 삶의 공간과 패턴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양권일(이하 양): 건축 분야뿐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측면으로도 편안하고 쉽게 읽혔던 책이다. 나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만리장성과 파라오 등 재미있고 다양한 내용을 예를 들어 쉽게 설명해서 좋았다. 아파트를 살 때 견본 주택을 보며 실내 장식을 선택하고 조망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건축에 문외한인 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4년 전, 서울에서 40년을 살다가 귀향해서 시골집을 개조하고 집을 지었는데 그때 이 책을 읽었으면 다르게 짓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공간에 관해 방향을 잡아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주제를 접하며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생각하게 했다.



▷손: 가장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던 내용이 있다면?

▷고: 밥상머리 교육과 '밥상머리 사옥'에 관한 이야기로,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서 동료들끼리 활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힙합 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시선을 남으로부터 차단해서라도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려고 노력한 것이다. 그리고 중학생과 편의점은 부모의 감시에서 벗어난 사적 공간인데, CCTV까지 있어서 안전하다. '배달의민족'의 등장으로 상권이 바뀌면서 개개인이 더욱 단절되지만 사적 공간에 대한 갈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고, 숨 가쁜 도심에서 벗어나 생각에 잠길 수 있는 대교 아래 공간 이야기가 있다.

▷양: 파라오와 진시황제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권력의 위치에너지를 '에너지보존의 법칙'을 이용해 풀어내는 게 흥미로웠다. 파라오와 진시황제는 권력의 과시와 생존을 위해 '피라미드'와 '만리장성'이라는 거대한 건물을 지었다. 이 건물들이 온몸으로 내뿜고 있는 거대한 무게를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공식으로 환산해 보며 힘의 차이를 피력했다. 대단한 권력자만이 만들 수 있고, 권력이나 힘의 과시로 영국의 스톤헨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가 만들어졌다. 롯데의 사옥과 현대가 새로 짓고 있는 사옥을 비교하면 3.4배가 차이가 나고, 주가 총액도 정확하게 3.4배 차이가 난다는 등 아주 많은 부분이 흥미로웠다.



▷손: 이 책에는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에서 학교 건축의 미래에 대해 생각한 점이 있다면?

▷고: 창의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그 답은 주택에 있다고 말한다. 학교 건물은 층수는 적게 천정은 높게 다양한 모형의 건물 형태로 만들어 정형화된 학교가 아닌 놀이동산처럼 꾸몄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특히 자연과 아주 쉽게 소통하는 환경을 꾸며주고 싶다.

▷양: 교육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에서 미래 학교에 대한 제언을 생각해 보았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행복 지수가 높은 정상적인 아이로 자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교 건물은 더 작은 규모로 나누어져야 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놀 수 있는 갖가지 모양의 작은 마당과 외부와 연결되는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여건이 안 되면 테라스라도 만들고, 다양한 형태와 높이의 천장과 다양한 모양의 퍼즐 형식의 교실을 만들어 보고 싶다.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더 절실하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크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손: 기억에 남는 문구들이 있다면?

▷고: 같은 집이지만 사용자에 따라 다른 집이 된다. 사람과의 관계를 배제하면 안 된다. 넓어진 도로 폭은 멀리 갈 수 있지만, 사람들 접촉 기회는 떨어진다. 건물을 오랫동안 쓰고 싶다면(구조를 바꿔가며) 기둥식 구조로 지어야 한다. 그게 친환경 건축이다.

▷양 : 보행자 중심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공짜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골목길을 걸을 때 편안한 이유는 골목길 공간의 크기가 사람보다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건축물도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도시에 살아남는다. 필요한 곳에 차선을 줄여 블록 간 소통을 좋게 만드는 것 외에도 더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전략은 의미 있는 건축물 보존으로 도시의 역사에 남기는 것이다.



▷손: 어디서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고: 자연 그대로 어우러진 마당이 있고, 실내에는 다양한 크기의 창문이 있어 시선을 옮기면 사계절 변화되는 아름다운 자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집이다. 서울에 있는 아들이 지금 서울이 좋다지만 언젠가는 제주에 내려와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추억을 만들어가는 공간을 꾸미고 싶다.

▷양: 이 책을 통해 "과연 내가 살고 싶은 곳은 어떤 곳일까?"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귀향해서 4년째 귤 농장을 가꾸며 느낀 점은 제주 전통가옥이 지닌 지혜이다. 독특한 자연적·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육지부와는 다른 주거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제주의 가옥의 배치형식은 마당을 중심으로 한 구심적 대칭형, 별동 배치된다. 풍수지리의 영향, 기후적 요구, 가족제도의 특이성 돌담을 쌓아 올린 올레와 마당, 우영팟(텃밭), 안뒤, 눌굽 등 이러한 전통을 살리고 주변 환경을 생각하면서 편리하고 안락한 공간을 만들어 보겠다. 또한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자연과 소통하면서 살고 싶다.



▷손: 마지막으로 나에게 책 읽기란?

▷고: 책읽기의 첫 번째 의미는 즐거움이다. 책 읽기는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 권의 책을 읽어낼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 책 읽기가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큰 행복이다.

▷양: 북적이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시골 생활을 하게 되니 마음을 터놓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친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이때 책은 진정한 친구가 되어 나에게 필요한 많은 얘기를 들려준다. 새로운 책을 주문할 때마다 이번엔 어떤 멋진 친구가 등장하여 어떤 멋진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산방독서회

2021년 20주년이 되는 독서회로 현재 13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후 8시에 만나 다양한 장르에서 필독서 1권을 선정하여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독서와 관련한 문학기행, 문화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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