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을 없애라

[고영림의 현장시선]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을 없애라
  • 입력 : 2022. 04.22(금)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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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흥원 공모 사업에 응모하는 단체 또는 개인은 공통적인 경험이자 황당한 절차를 거친다. 응모서류 접수 담당 직원은 번호를 적은 후 접어놓은 15개의 종이 중 5개를 고르라고 한다. 그 다음 종이를 열어 번호를 확인한 후 응모자 이름 옆에 이 번호들을 적는다. 응모자들이 고른 번호 중 많이 나온 번호에 해당하는 다섯 명을 평가위원으로 위촉한다는게 진흥원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어떤 번호에 어떤 평가위원의 이름이 있는지 응모자는 알 수 없다. 필자는 심사 후 진흥원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평가위원들의 소속을 알아보고 있다. 같은 단체 소속의 평가위원들이 동일한 사업의 심사에 위촉된 경우, 평가위원이 대표하고 있는 단체에 소속된 회원이 응모해 심사를 거친 사실은 진흥원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대표적 사례다.

100억 원의 제주도 예산으로 만든 저지리의 실내영상스튜디오는 대자본을 투입한 드라마나 영화를 제주 현지에서 촬영하면서 직접 세트장을 만들 수 있는 경우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저예산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제주의 감독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세트장을 제작할만한 자금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진흥원은 그들에게 실내영상스튜디오 사용료를 할인해주겠다고 생색내지만 정작 들여다보면 공기관이 상업행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그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따져볼 문제다.

영화문화예술센터가 사라졌다. 도민들이 영상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공재를 슬그머니 없앴다. 칠성로에 있는 옛 코리아극장 건물에서 센터가 운영되던 시기에 도민들은 이 건물의 매입을 당시 제주영상위원회에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 몇 년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재밋섬 건물 내 작은 규모의 상영관을 빌려서 센터를 옮겼으나 현재 센터는 간판만 남기고 없어진 상황이다. 센터를 지속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진흥원 즉 제주영상위원회를 흡수한 조직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영화제작과 영상문화를 더 육성하고 집중 지원하겠다는 주장으로 2018년 제주영상위원회를 흡수해 진흥원을 설치했으나 이는 임시방편의 거짓이었으며 기만적인 행태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진흥원 설치 후 관련 예산이 늘어나기는커녕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제주에 기반을 둔 영화인들뿐만 아니라 제주 출신 영화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진흥원은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갑질에 안주하고 있다.

현재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은 21세기 글로벌 경쟁 시대에 크게 뒤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화예술의 섬을 지향하고 있는 도민의 자부심에 걸맞은 실력과 전문성을 갖춘 새 조직이 필요하다. 영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을 뿐 도민을 위해 서비스하지 않고 폐쇄적 운영으로 군림하고 있는 진흥원을 없애야 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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