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40) 어머니 손 놓지 않는 강정윤씨

[이 사람이 사는 법](40) 어머니 손 놓지 않는 강정윤씨
"지극한 효성이 만든 작은 기적"
  • 입력 : 2009. 11.07(토)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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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윤씨는 올해 중국에서 침구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뇌졸중으로 투병중인 어머니를 직접 병간호 하고 있다./사진=강희만기자 hmkang@hallailbo.co.kr

뇌졸중 쓰러진 어머니 위해 침술 공부
집에서 극진하게 보살피고 볼봐 호전돼
중국 침구사 자격증 따고 봉사 계획도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치료하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전전긍긍했죠. 병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만 보내드려야 하는가'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강정윤(45)씨는 세상의 끝을 마주하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다. 아니 해야만 했다.

2007년 1월14일 아침, 강씨의 어머니(76)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3개월 동안 치료받았지만 강씨의 어머니는 의식을 잃은 채 별다른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보험수가 때문에 임시 퇴원이나 다른 병원 치료를 권했다.

강씨는 어머니를 시내 재활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계속했다. 하지만 복수에 물이 차는 등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벌써 수개월이나 지난 상태였다.

"제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야 했어요. 이렇게 손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침술에 용한 한의사에게 치료를 맡겨보라는 권유도 있었던터라 지인 소개로 서울에서 한의사 한분을 직접 모시고 왔죠."

어머니를 진료한 그 한의사는 치료하면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곁에서 치료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가능성'이라는 말 한마디에 강씨가 나서기로 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입원 중인 가운데 강씨의 공부가 시작된다. 그해 7월부터 서울을 오가며 그 한의사에게 기본적인 침술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또 중국문화원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침구학 강의를 찾아 들었다. 뇌졸중에 대한 공부에도 집중했다. 하지만 섣불리 어머니를 치료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어요. 자칫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를 수도 있었으니까요."

강씨는 중국문화원의 소개로 중국 요녕성중의학대학에서 침구사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했다.

정상적으론 3년간의 연수 뒤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지만, 대학에선 '선 취득 후 연수' 조건으로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줬다.

그해 말 중국문화원에서 소개해준 통역원과 침술에 관심이 있는 몇몇 사람들과 함께 중국으로 떠났다. 회사에는 휴가를 내고 떠난 것이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침구사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중국에서 돌아온 강씨는 병원에서 차도를 보이지 않는 어머니를 1년 만에 집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를 제가 직접 치료했어요. 어떤 분들은 미친 짓이라고도 했죠. 하지만 병원에서 할 것은 다해봤기에 마지막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복수에 찼던 물이 빠졌다. 그리고 예전보다 완연히 편안해진 어머니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강씨의 효성 때문이라고 가족들은 생각했다.

"침술을 배워서 돈을 벌거나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그냥 어머니를 위해서 한 일이니까요."

강씨는 오늘도 극진히 어머니를 간호하고 있다. 또 공부에도 여념이 없다. 강씨의 사랑으로 어머니가 쾌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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