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배움터를 가다/폐교의 어제와 오늘](16·끝)연재를 마치며

[옛 배움터를 가다/폐교의 어제와 오늘](16·끝)연재를 마치며
소규모 학교 배려없는 학생수 기준 통폐합 재고해야
  • 입력 : 2011. 11.14(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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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읍에 위치한 옛 삼달분교는 김영갑갤러리두모악으로 변신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사진=진선희기자

농어촌 학교 살리려는 제주형 자율학교의 초심 돌아볼 때
문닫은 학교 제대로 활용하면 공동체 상실감 덜어줄 기회

내년 3월, 도내 3개 초등학교가 통폐합된다. 풍천초와 수산초, 가파초가 모두 분교장으로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도서지역 학교로 일찍이 분교장 개편이 확정된 가파초는 예외지만 풍천초와 수산초는 통폐합 추진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통폐합을 2년간 유보해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제주도교육청은 "3년간 유보했는데 더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10일 이들의 분교장 개편을 담은 도립학교 설치 조례안을 개정하고 입법예고했는데 앞으로 제주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 한계 있어

교과부의 통폐합 추진 정책에 따라 1982년 이후 도내에서 통폐합된 학교는 35곳에 이른다. 통폐합의 기준은 학생수였다. 도교육청은 '교과부 방침'임을 내세우며 학생수가 60명 이하인 본교를 통폐합 대상에 올려놓았다. 도교육청이 얼마전 내놓은 '2012~2014년 적정규모 학교 육성 계획'을 보면 2012년 본교 3개교에 이어 2013년도에는 본교 5개교와 학생수 20명 이하인 분교장 2개교가 통폐합 대상에 포함됐다. 2014년도 통폐합 대상학교는 본교 4개교로 집계됐다.

도시개발에 따라 제주시 도심에는 초등학교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내년 3월만 해도 이도초등교와 하귀일초등교가 문을 연다. 반면 읍면 지역의 초등학교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마을 출신 재일동포나 주민들이 합심해 세운 초등학교가 적지 않은 지역 현실에서 폐교는 공동체의 상실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폐합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주민들의 반발이 큰 것은 이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 3월 분교장에서 본교로 승격한 해안초나 도평초의 사례가 있지만 소규모 학교의 '부활'은 지난한 일이다. 일부 마을에서 주택을 무료로 빌려주는 등 학생수를 끌어들이기 위한 '학교살리기'에 나서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소규모 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한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3월 분교장 개편 예정인 성산읍 수산초등학교. /사진=진선희기자

▲도평분교는 지난 3월 본교인 도평초등학교로 승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사진=제주도교육청 제공

▶60명 이하 학교 존속할 기반 제공을

제주형 자율학교의 '변질'은 그런 점에서 아쉽다. 2007년부터 시행된 자율학교는 소규모 학교 살리기와 연계한 정책으로 시작됐다. 저출산과 이농 현상 등으로 학생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농어촌학교에 희망을 심는 정책으로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았다. 도교육청은 자율학교 시행의 초심을 새길 필요가 있다.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수 60명 이하 학교를 대상으로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자율학교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소규모 학교가 존속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그럼에도 폐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면 문 닫은 학교에 대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삼달분교에 들어선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명월초를 빌려쓰고 있는 갈옷업체 몽생이, 옛 가시초에 운영중인 자연사랑미술관처럼 지역에 뿌리내린 곳도 있지만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폐교가 있어서다.

건물 유지 관리에 집중된 소극적 임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지자체와 손을 잡고 마을의 공동체적 자산으로 문 닫은 학교를 꾸려가야 한다. 강원도 평창의 감자꽃스튜디오, 정선의 정선아리랑학교 등은 폐교가 지역의 문화적 환경을 바꾼 사례다. 이들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한층 적극적이다. 마을의 중심이었던 옛 학교를 제대로 가꾸면 문화적 명소는 물론 지역 소득과 연계할 수 있다고 여긴다.

도교육청과 제주도가 제주도교육행정협의회를 통해 폐교 활용에 대한 시각을 넓히기를 제안한다. 폐교의 성공적 변신은 마을의 상실감을 덜어줄 수 있는 기회다. 그것은 또다른 '학교 살리기'의 얼굴이다. <끝>

▲강원 평창의 폐교를 활용한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열린 마을축제의 모습. /사진=감자꽃스튜디오 제공

[인터뷰 / 고 전 제주대 교수]"통폐합 효과 검증해야"
통합-유지비용 상호 비교를
60명 이하 일률적용은 무리

"지역마다 학생수 60명 이하를 기준으로 통폐합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도 실정에 맞는 방법으로 통폐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주대 교대 고전(사진) 교수는 제주도교육청의 통폐합 추진 정책에 대한 재고를 주문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적정규모 학교 육성과 관련 연구 결과물을 발표한 적이 있는 고 교수는 당시에도 15개 시·도와는 다른 제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그는 "현재 60명을 기준으로 일률적인 통폐합 로드맵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핵심적인 통폐합 기준으로 삼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본교 15명 이하를 통폐합 대상으로 정하는 강원도, 50명 이하를 기준으로 하는 충북·경북(본보 10월 24일자 보도) 등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고 교수는 "도교육청이 2009년 이후 3년간 통폐합 대상 학교에 유보 기간을 둔 것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만 이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통폐합 학교의 효율성에 대한 검증 연구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현재 본교 폐지에 20억, 분교장 폐지에 10억원을 '인센티브'로 지원하고 있다. 고 교수는 이와관련 통폐합 비용을 추계할 때 통학버스 운영이나 시설 증축만이 아니라 '교육적인 만족도'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통폐합 비용과 유지 비용간의 이익을 서로 따져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만일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해 통폐합을 했더라도 교육여건의 개선이나 학력 신장의 효과가 없었다면 기존 소규모 학교 체제를 유지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고 교수는 "통폐합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면 이제는 그 효과를 증명해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효율적인 학교 운영을 목적으로 정부의 시책에 맞춰 소규모 학교에 대한 통폐합도 필요하지만 예산 절감의 차원이라면 소규모 학교에 걸맞는 운영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더 중요해보인다. 소규모 학교에 동일하게 요구하는 행정처리를 개선하거나 복식수업이 불가피한 5학급 미만의 소규모 학교에 대한 수업방식을 끌어내는 일처럼 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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