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3] (1부-3)생물은 세대 유전, 언어는 수평 전달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3] (1부-3)생물은 세대 유전, 언어는 수평 전달
언어는 자연선택·표류를 통해 진화한다
  • 입력 : 2022. 05.03(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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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자손 아닌
수평적 개인과 공유
언어 표류 과정을 거쳐 고정


선택은 어떻게 작용할까? 선택이 생물체에 작용할 때 특정 특성을 가진 개체는 다른 개체보다 성공적으로 번식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 이러한 유리한 특성은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색깔을 갖는 것에서부터 짝짓기 신호를 만들어 내는 것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러니 불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없게 된다. 이런 점에서는 언어 진화는 약간 다르다. 일부 단어나 구조는 더 기억에 남거나 유용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재현'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즉,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예를 들어, 오늘날 블로그(blog)라는 단어는 갓(머리에 쓰는)과 같은 단어보다 더 많이 공유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물학적 언어적 진화는 모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즉, 공룡 멸종 이후 육상 척추동물의 새로운 분기군이 방출되거나 사람들이 태평양 섬을 발견하고 정착하면서 새로운 방언이 만들어진다.

언어는 오랜 기간에 걸쳐 변이, 유전 및 선택을 경험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자연 선택과 유사한 과정으로 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다소간의 차이점도 있다. 생물학적 진화에서 새로운 변이는 무작위 돌연변이의 과정을 통해 도입된다. 즉, 돌연변이는 생물체에 유용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간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그러니 돌연변이라고 한다. 반면 언어 진화에서는 사람이 현재 상황에서 특히 편리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언어에 도입하고 그 단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물학적 진화에서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언어 진화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정도다.

영국 윈스케일 핵발전소 인근 돌연변이 침엽수. 상부는 위로, 하부는 아래로 자란다.

자손이 아닌 개인에게 유전자(또는 이 경우 언어 요소)를 전달하는 과정인 수평 전달은 생물학적 진화보다 언어 진화에서는 훨씬 더 일반적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대부분 생물에서 유전자는 주로 부모에서 자손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언어에서 상속 단위 예컨대 어떤 단어는 거의 모든 사람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에는 1700년대 또는 그 이전에 힌디어에서 영어로 전달된 샴푸와 같은 다른 언어에서 가져온 단어가 많다. 언어에서는 이런 수평적 전달 과정을 통해 진화가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에서 유리한 형질은 개별 생물체에 번식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몸집이 작은 물고기는 그물이 많이 낀 지역에 더 많은 새끼를 남기고 몸집이 작은 특성은 이런 이유로 점차 널리 퍼진다. 그러나 언어 진화에서 단어는 확산을 위해 사용자에게 특정 생존 또는 번식 이점을 제공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블로그 같은 단어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사용하는 집단의 생식 능력에까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것도 언어적 진화와 생물학적 진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언어진화가 생물진화에 비해 훨씬 진화의 메커니즘이 유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진화와 언어 진화는 동일한 개념과 도구가 적용될 수 있을 만큼 유사하다. 우리는 언어가 자연 선택을 통해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또한 생물학적 시스템이 하는 것처럼 표류를 통해 진화할 수 있다. 유전적 이동을 통한 진화는 자연 선택을 통한 진화와 매우 유사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몽골 알타이 호브드아이막,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차별적인 생존과 번식 즉 선택단계는 유리하거나 불리한 특성이 아니라 무작위적인 우연에 의해 발생한다. 어떤 사람들은 우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다음 세대에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 그러나 포식에 저항하거나 영양을 얻거나 짝을 유인하는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동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임의의 기회를 통해 작동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진화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일부 특성은 집단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고, 다른 특성은 확산해 '고정'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소유하는 특성으로 되는 것이다. 이 부동이라는 말은 이런 구성원 모두가 소유하는 특성으로 고정되기 전 단계를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언어도 결국 생물이다.

언어에서도 동일한 과정이 작동한다. 우연히 섬에 고립된 사람들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 중 일부는 '제줏말'이라는 단어 대신 '제주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자. 이런 집단이 여러 세대가 지나면 '제줏말'은 사용되지 않고 완전히 언어에서 퇴출해버리는 것이다. 기억하기 어렵거나 효과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우연히 '제주어'를 더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섬 방언에서 '제줏말'이라는 단어는 표류의 과정을 거쳐 소멸한다. '제주어'라는 말과 '제줏말'이라는 말은 생물학적 관점으로 볼 때 현재 '부동'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그중 하나는 퇴출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은 '한라산'이라는 말이 완전히 고정돼 그 외의 명칭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여기에 도달할 때까지 수많은 명칭이 '부동'의 과정을 거쳤다.

이런 사례를 가정해 볼 수 있다. 몽골 알타이에 호브드 아이막이 있다. 이 도시는 메마른 사막의 한 가운데 있는 오아시스 도시라 할 수 있다. 강수량이 매우 적어 늘 건조하지만, 알타이 고산에서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물이 풍부해 물 걱정이 거의 없다.

호브드 아이막은 면적 7만6000㎢로 남한 면적의 4분의 3 정도이며, 인구는 2006년도 9만2395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 2015년도엔 8만1479명이다. 인구밀도는 ㎢당 1.1명 정도다. 시청소재지인 자르갈란트솜은 인구가 가장 밀집한 지역으로 2만8601명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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