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한 어부가 있었다. 그는 매일 낚시로만 고기를 잡았다. 어느 날 친구가 그에게 말했다.
“자네는 언제까지 낚시로만 고기를 잡을 텐가?”
“그럼 낚시 말고 또 뭐로 고기를 잡는단 말인가?”
“배를 한 척 사서 넓은 바다로 나가 그물로 고기를 잡아 보게.”
“왜?”
“그래야 고기를 많이 잡지.”
“고기를 많이 잡으면 뭘 할 건데?”
“뭐 하기는? 고기를 많이 잡아야 돈을 많이 벌지.”
“돈을 많이 벌면 뭘 할 건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도 있고 여유를 즐길 수도 있지.”
어부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굳이 배를 사서 그물로 고기를 잡아 돈을 많이 벌 필요가 없을 것 같네. 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또 여유를 즐기고 있으니까 말일세.” (옮겨온 이야기)
우리는 늘 일에 쫓긴다. 이 일만 끝내면 여유를 즐길 거라고 마음먹지만 그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퇴직을 기다리지만 동시에 퇴직 후 해야 할 일거리를 준비하며 여유 없는 일상을 지속하기도 한다.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가사처럼 세월이 흐르고 망아지처럼 뛰놀던 아이들은 훌쩍 성장해 자기 일을 찾아 떠나면 주변에선 아이들이 성장했고 제 자리도 잡았으니 이제 할 일 다 했다고 부추긴다. 그렇게 '내가 정말 다 한 건가?'하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황혼을 향해 걷게 된다.
그것뿐이겠는가? 한편에서는 쓴웃음과 씁쓸함 그리고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모를 허망함을 덩그러니 마주하기도 한다. 이때쯤 '행복은 사실 외부가 아닌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는 진부한 말이 새삼스레 나의 말이 돼 새어 나온다. 그 깊은 뜻을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뿐 아니라 엄청난 지혜의 샘을 발견했을 텐데 말이다.
어부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어부는 행복하다. 현재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도 행복하다. 그러나 일을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 것과 일벌레처럼 강박적으로 하는 것은 다르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삶의 순간순간을 즐기며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즐기는 법을 배우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런 마음을 만들기 위해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다.
결국 행복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어부처럼 현재를 즐기고 만족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음미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혜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발견하며 순간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우정애 제주한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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