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목요담론] 지나친 빛은 철새에게는 공해이다

[김완병의 목요담론] 지나친 빛은 철새에게는 공해이다
  • 입력 : 2022. 05.12(목)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ion Bird Day)은 이동철새와 그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연합 환경계획(UNEP)에서 지정한 날로, 매년 5월과 10월 둘째 주 토요일이다. 올해 세계 철새의 날 어젠다는 빛공해로부터 새들의 보호이다. 철새들은 생명 유지와 번식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며, 이동 중에 악천후, 천적, 배고픔, 인공구조물 충돌에 의해 수억 마리가 죽고 있다. 특히 인간의 안전만을 위해 설치한 빛은 새들에겐 오히려 죽음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태양과 별의 움직임은 새의 이동경로와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또한 빛은 새들의 휴식과 번식에도 중요한 요소로, 빛의 밝기와 지속시간에 따라 새들의 생태가 달라진다. 낮에 활동하는 새들은 어두운 곳에서 충분히 쉬어야 하며, 야행성 조류도 과도한 빛에 의해 방향감을 상실하거나 희생될 수 있다. 한 밤중에 떠 있는 유람선에 부딪치거나 차량이나 건물에 충돌하는 경우도, 과도한 불빛이 새들에게 혼란을 일으킨 것이다.

여름철새인 칼새가 찾아왔다. 제비보다는 더 높고 빠르게 비행한다. 한 낮에 별도봉에서도 우도봉에서도 물영아리오름에서도 백록담에서도 볼 수 있다. 밤에는 어떨까, 사실 칼새는 온종일 공중에서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불가사의하다. 최근 무선추적장치를 단 칼새의 이동경로를 연구한 결과, 낮에는 수백 미터 상공에서 날았지만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수천 킬로미터까지 날아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더 밝은 빛이 칼새의 먹이활동영역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며, 달빛에 따라 곤충이나 칼새의 비행고도가 달라진 결과이다.

어느 순간, 밤낮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 전기 발명으로 낮과 밤의 삶이 바뀐 덕분에, 인류는 가히 혁명적인 삶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빛의 경외감을 무시한 탓에, 생물시계가 고장 난 줄도 모르고 있다. 보름달이 아닌 캄캄한 밤에 환하게 밝힌 조명이 칼새에게 야간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까. 결코 생태적이지 않다. 칼새처럼 해안절벽에서 번식하는 새들은 야간 불빛으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과로와 번식 장애로 종족 보존에 위협감을 느낄 수 있다. 조명 설치는 등대와 가로등처럼 안전과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불빛이어야 한다. 눈이 부실 정도의 인공 빛은 새들의 눈빛을 흐리게 하고, 사람들의 눈마저 감게 만들 것이다.

시민들의 얼굴에 화사한 빛이 돌기 시작했다. 코로나로부터 해방되면서 침울했던 일상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야간 프로야구 경기의 인기도 절정이다. 불 꺼진 세상이 새에게는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이었을까. 도심지는 물론 밤바다도 곶자왈도 더 환해지면서 바닷새와 반딧불이는 오히려 불안하다. 빛은 세상을 밝히는 원천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는 치명적이다. 세계 철새의 날을 맞아, 인간을 위한 빛이 새들 뿐만 아니라 무수한 생명들에게 공해가 되지 않길 빌어본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80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